비만부터 시작합니다.
비만이라고 하면 뚱뚱한 사람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정확히 보면 체중이 아니라 체지방이 문제입니다. 몸무게가 같아도 근육이 많은 사람과 지방이 많은 사람은 건강 상태가 다릅니다. 체지방이란 몸에 저장된 지방의 양이고, 이것이 필요 이상으로 쌓인 상태가 비만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은 복부의 내장지방입니다. 배 안쪽, 장기 사이사이에 쌓이는 지방인데, 뒤에서 보시겠지만 이 지방이 하는 일이 따로 있습니다.
원인은 단순합니다. 밥(들어오는 에너지)이 몸(움직여서 쓰는 에너지)보다 많은 날이 쌓이면 비만이 됩니다. 여기에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유전적으로 취약하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쉽게 쌓입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겹칩니다.
나이가 들면서 뱃살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뱃살만 늘고, 활력은 떨어지는데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비만은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지표입니다. 측정도 간편하고, 몸 전체 상태를 한 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무엇으로 잴까 — 줄자와 체중계
측정에는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줄자(키와 허리둘레를 잽니다)와 체중계(체중을 잽니다). 둘 다 오늘 집에 없어도 살 수 있고, 부담되는 가격도 아닙니다.
이 둘로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합니다.
BMI = 체중(kg) ÷ 신장(m) ÷ 신장(m)
| 분류 | BMI |
|---|---|
| 저체중 | 18.5 미만 |
| 정상 | 18.5–22.9 |
| 비만 전 단계 | 23–24.9 |
| 1단계 비만 | 25–29.9 |
| 2단계 비만 | 30–34.9 |
| 3단계 비만 | 35 이상 |
측정하셨으면 기록해 두세요. 날짜를 반드시 같이 적어야 합니다. 오늘의 숫자 하나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다음 값과 비교할 수 있어야 기준선이 됩니다.
비만이 만드는 병 — 하나의 기전
내장지방은 그냥 쌓여 있는 살이 아닙니다. 호르몬을 내보내는 장기처럼 움직입니다.
지방세포는 렙틴이라는 물질(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원래 역할은 뇌에 "에너지가 충분하니 그만 먹어도 된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장지방이 늘어난 사람은 이 물질의 혈중 농도가 오히려 높은데도 뇌가 신호를 못 알아듣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을 렙틴 저항성이라고 부릅니다. 음량을 아무리 높여도 대화가 안 들리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몸이 말을 하는데 못 알아듣는다는 점에서, 지난 편에서 다룬 이야기와 결이 같습니다. 다만 이번엔 서랍 속 결과지가 아니라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여기에 더해 내장지방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과다하게 내보냅니다. 이 염증이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혈압을 올리고, 근육과 간이 인슐린에 반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립니다(인슐린 저항성).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 하면 혈당이 오릅니다.
이 하나의 사슬 — 렙틴 저항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 에서 여러 병이 갈라져 나옵니다.
| 질환 | 비만과의 연결 |
|---|---|
| 고혈압 | 혈관 염증, 나트륨이 몸에 다시 흡수되는 양 증가 |
| 이상지질혈증 | 중성지방 상승, 좋은 콜레스테롤(HDL) 저하 |
| 당뇨병 | 인슐린 저항성 — 이 시리즈 4대 질환 중 비만과 가장 직접 연결 |
| 지방간 | 간에 지방이 쌓이고 심하면 염증으로 진행 |
| 심혈관질환 | 혈관이 좁아지고 굳는 변화(동맥경화) 진행 |
| 수면무호흡증 | 기도 주변에 지방이 쌓여 기도가 좁아짐 |
| 퇴행성 관절염 | 관절이 버텨야 하는 무게 증가 |
| 일부 암 | 만성 염증과 호르몬 변화가 배경으로 지목됨 (인과관계 단정은 아님) |
이 시리즈가 다루는 넷(비만·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 중 셋이 이 표 위쪽에 있습니다. 비만을 가장 먼저 다루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머지 셋을 만드는 공통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허리둘레가 따로 중요한 이유
체중계와 줄자로 키·체중을 재면 BMI가 나옵니다. 그런데 BMI만으로는 지방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같은 BMI라도 지방이 팔다리에 있는 사람과 배 안쪽(내장지방)에 있는 사람은 위 표의 병들이 생길 위험이 다릅니다. 바로 위에서 본 것처럼, 병을 만드는 것은 지방의 양이 아니라 내장지방이 내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리둘레를 따로 잽니다. 대한비만학회 기준으로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입니다. BMI가 정상이어도 허리둘레가 이 기준을 넘으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기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키가 아주 크거나 작은 사람에게는 절대 수치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값(WHtR, Waist-to-Height Ratio)을 함께 봅니다. 계산은 간단하고 기준은 하나입니다. 0.5 미만이면 정상, 즉 허리둘레가 키의 절반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다섯 가지 변화 중 무엇이 비만을 움직이나
밥, 잠, 몸, 쉼, 곁 — 다섯 다 무관하지 않지만 근거의 힘은 다릅니다.
밥과 몸이 가장 직접적입니다. 들어오는 에너지(밥)와 나가는 에너지(몸)의 차이가 비만의 정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잠과 쉼은 간접적이지만 기전이 뚜렷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렙틴)은 줄고 식욕을 끌어올리는 호르몬(그렐린)은 늘어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코르티솔)은 내장지방이 쌓이는 것을 촉진합니다. 둘 다 위에서 본 렙틴 저항성과 맞물립니다.
곁은 가장 간접적입니다. 정서적으로 먹는 습관이나 주변 관계가 체중 관리를 오래 지속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있지만, 앞의 넷만큼 기전이 분명히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 똑같이 중요하다고 뭉뚱그리지 않겠습니다. 시작은 밥과 몸에서 하고, 잠과 쉼을 다음으로, 곁은 그다음으로 보는 것이 근거에 맞는 순서입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때 몇 가지 표현을 배워 갑니다. 몸의 언어도 비슷합니다. 오늘 나온 용어들이 낯설어도, 하나씩 익히다 보면 어느새 몸이 하는 말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Takeaway
오늘 내용에서 꼭 기억할 것만 남깁니다.
- 비만은 체중이 아니라 체지방, 그중에서도 내장지방이 문제입니다.
- 오늘 줄자와 체중계로 BMI와 허리둘레를 재고, 날짜와 함께 기록하세요.
- 복부비만 기준은 남성 90cm, 여성 85cm입니다. 키를 반영하려면 허리둘레÷키(WHtR)가 0.5 미만인지도 함께 봅니다.
- 내장지방이 신호를 잘못 보내는 상태(렙틴 저항성)에서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이 이어지고, 여기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가 갈라져 나옵니다.
- 다섯 가지 변화 중 비만에는 밥과 몸이 가장 직접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