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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데이터에 대한 기록

  • 스트레스는 목요일에 시작됐습니다

    요즘은 평생학습 시대라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던 기술이 어느 순간 튀어나와 세상을 삼킬 듯 뉴스를 장식합니다. 발전 속도도 범위도 예전과 다르고, 무엇보다 복잡합니다. 읽는 것만으로는 감이 안 오고 직접 손을 대 봐야 겨우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저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러 MIT에 등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들었던 수업 하나는 일주일에 한 챕터씩 나가는 집중 과정이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시험을 봤고, 두 번 낙제하면 과정 전체를 실패하는 구조였습니다. 읽어야 할 논문도 많았고, 툭하면 퀴즈에, 그룹과제까지 숨가쁘게 돌아갔습니다. 잘 아는 내용이었으면 쉽게 따라갔겠지만 처음 접하는 분야였습니다. 원리부터 작동 방식까지, 이해하는 데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견딜 만했습니다. 수요일까지도 그럭저럭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요일 아침부터 달라졌습니다. 다음 날 시험 생각에 커피를 평소보다 많이 마셨고, 입맛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회사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잠도 줄었고, 운동도 소홀해졌습니다.

    금요일 오전이 절정이었습니다. 오후에 시험지를 내고 나면 긴장했던 몸이 순간 풀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도돌이표처럼 다시 처음부터였습니다.

    “아, 스트레스 받아.” 그 학기에 제가 제일 많이 한 말입니다.

    이 글의 순서그래프로 그려진 스트레스 · 세 개가 아니라 하나 · 숫자 · 진짜와 가짜 · 무엇을 했나 · 회복탄력성

    그 말이 그래프로 그려졌습니다

    그때까지 그 말은 늘 기분에 가까웠습니다. 힘들다는 감각을 표현하는 관용구였지, 뭔가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 학기에 저는 세 가지를 동시에 재고 있었습니다. 심박변이도(HRV), 연속혈당측정기(CGM), 그리고 타액 코르티솔 검사입니다. 코르티솔 검사는 CGM 측정값이 왜 올라가 있는지를 교차 검증하려고 병행했습니다.

    셋은 완전히 다른 기계입니다. 하나는 심장 박동과 박동 사이의 간격을 보고, 하나는 피부밑 조직액의 포도당을 보고, 하나는 침에 녹아 있는 호르몬을 봅니다. 원리도 제조사도 다릅니다.

    그런데 셋이 같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요일이 되면 혈당이 평소보다 높은 채로 유지됐습니다. 같은 날 HRV는 평소 범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코르티솔도 올라가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셋 다 가장 나빠졌고, 시험이 끝난 그날 오후부터 거짓말처럼 셋 다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관측한 스트레스에는 주기가 있었습니다. 기분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예측 가능한 생리 현상이었습니다.

    세 개가 아니라 하나였습니다

    세 기계가 우연히 같은 말을 한 게 아닙니다. 애초에 하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쉼 — 네 번째 변화」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두 개의 속도로 온다고 했습니다. 교감신경이 즉각 반응하고, 코르티솔이 뒤이어 길게 남습니다. 제가 재고 있던 세 지표는 이 두 갈래에 나뉘어 걸려 있었습니다.

    코르티솔 쪽부터 보겠습니다. 뇌가 위협을 감지하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를 거쳐 부신 바깥쪽에 신호가 가고, 거기서 코르티솔이 나옵니다. 이 호르몬이 하는 일은 한마디로 위협에 대응할 연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연료를 만드는 방식이 혈당에 그대로 남습니다. 간에서 당을 새로 만들게 하고 동시에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니, 먹은 것과 무관하게 혈당이 높은 채로 유지됩니다. 그게 CGM에 잡힙니다. 그리고 코르티솔 자체는 혈액에서 침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타액 검사에 직접 잡힙니다.

    두 지표가 여기서 나옵니다.

    HRV는 다른 갈래입니다. 교감신경이 우위인 동안 심장 박동 간격의 유연함이 줄어드는데, 그게 HRV 하락입니다. 코르티솔이 HRV를 끌어내린 게 아니라, 같은 스트레스 반응의 다른 팔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러니까 세 지표는 서로 독립된 증거 세 개가 아닙니다. 하나의 스트레스 반응이 서로 다른 세 곳에 남긴 흔적입니다. 셋이 같이 움직인 게 당연했던 셈입니다.

    스트레스 반응 금요일 시험 교감신경 활성 즉각 코르티솔 ↑ HPA축 · 뒤이어 길게 심박 간격이 뻣뻣해짐 간에서 당 생성 ↑ 인슐린 작용 ↓ 혈액 속 농도가 침으로 HRV ↓ 웨어러블 혈당 ↑ CGM 코르티솔 ↑ 타액 검사

    그림 1. 세 지표는 서로 다른 증거가 아니라, 하나의 스트레스 반응이 두 갈래로 갈라져 세 곳에 남긴 흔적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목요일에 시작됐다는 사실입니다. 시험은 금요일 오후인데 몸은 하루 반쯤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실제로 닥친 위협만이 아니라 예고된 위협에도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떨어진 이유도 같습니다. 위협이 사라졌으니 연료를 계속 태울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이 오르내림 자체는 정상입니다. 오히려 잘 작동한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지만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건 올라간 것이 내려오지 않을 때입니다.

    숫자

    HRV는 평소보다 20% 떨어졌습니다. 혈당은 평소 100~110mg/dL을 유지하던 것이 목요일부터 120~140 사이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코르티솔은 목요일부터 저녁 시간대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타액 코르티솔은 오전·오후 두 차례씩 주기적으로 측정했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눈에 띕니다. 지난 편에서 코르티솔은 아침에 가장 높고 저녁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게 정상이라고 했습니다. 목요일부터는 그 하강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금 오후 · 시험 종료 혈당 mg/dL 평소 100–110 120–140 HRV 평소 대비 평소 범위 −20% 코르티솔 저녁 측정값 평소 — 저녁에 내려감 내려오지 않음
    그림 2. 한 주 동안 세 지표가 함께 움직인 구간. 관측된 범위를 주간 패턴으로 정리한 것이며, 일별 실측 곡선이 아닙니다.

    이 결과를 반박할 다른 설명

    제 결과를 그대로 믿기 전에 짚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글 첫머리에 무심코 적은 것들이 여기서 발목을 잡습니다. 커피가 늘었고, 잠이 줄었고, 운동을 걸렀고, 끼니가 불규칙해졌습니다. 이것들만 가지고도 혈당이 오르고 HRV가 떨어집니다. 즉 제가 본 것이 스트레스의 효과인지, 스트레스 때문에 무너진 생활습관의 효과인지는 이 기록만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 주의 수면 시간과 커피 잔 수는 세 지표만큼 꼼꼼히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와서 갈라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시험이 끝난 그날 오후부터 세 지표가 돌아왔다는 점은 조금 다릅니다. 잠과 식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며칠이 걸리는데, 회복은 그보다 빨랐습니다. 이 시차가 스트레스 자체의 몫을 어느 정도 가리켜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확언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아직 모르는 것

    왜 하필 목요일이었는지는 아직 설명을 못 합니다.

    시험이 금요일 오후니까 예고된 위협에 미리 반응했다는 데까지는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수요일은 왜 조용했을까요. 남은 시간이 어떤 문턱 아래로 떨어지면 스위치가 켜지는 건지, 아니면 제 일정에서 목요일에 몰리던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건지, 지금 기록으로는 못 가립니다. 다음에 비슷한 주기가 오면 그때는 요일별로 남겨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무엇이었나

    기준 하나를 손에 쥐고 나니 반대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저 역시 그 학기 말고도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수없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목요일의 그것과 달랐습니다. 계기판은 조용한데 입으로만 스트레스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편의상 하나를 진짜 스트레스, 다른 하나를 가짜 스트레스라고 부르겠습니다. 미리 밝혀두면 이건 의학 용어가 아니라 제가 편의상 붙인 이름입니다. 다만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각성과 상황에 대한 인지적 해석을 갈라서 보는 관점 자체는 스트레스 연구에서 오래된 것입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진짜 (생리적) 가짜 (습관적)
    언제 오나 특정 요일·시간·상황에 묶임 불규칙. 떠오를 때마다
    자극이 사라지면 몇 시간에서 하루 안에 내려감 자극이 없는데도 계속됨
    계기판 HRV·혈당·코르티솔이 같이 움직임 대체로 조용함
    어디를 고치나 잠·몸·밥 되풀이하는 생각의 습관

    가짜 쪽에서 제일 중요한 칸은 두 번째입니다. 진짜 스트레스는 원인이 사라지면 내려갑니다. 제 시험이 끝난 금요일 오후가 정확히 그 장면이었습니다. 반면 가짜 스트레스는 원인이 이미 지나갔는데도 계속 재생산됩니다. 생각할 때마다 다시 켜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름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 쉬운데 가짜라는 말은 안 힘들다는 뜻이 아닙니다. 힘든 건 똑같습니다. 다만 그것이 지금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해석에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해결책이 다른 곳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대응도 다릅니다. 진짜 쪽은 뒤에 나올 잠·몸·밥으로 바닥을 올려야 합니다. 가짜 쪽은 재생산되는 회로를 끊는 일입니다. 저에게 효과가 있었던 건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는 걸 노트에 한 줄로 적어보는 겁니다. 적다 보면 대부분 실제 크기가 드러나고,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갈립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되뇌는 방식은 반대로 잘 듣지 않았습니다. 없는 일로 만들려는 시도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계기판이 조용하다고 해서 그 괴로움이 가짜인 것은 아닙니다. 자가보고 불안은 내내 높은데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은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던 연구도 있습니다. 이 구분은 올바른 방법을 찾기 위한 도구이지, 남의 힘듦이나 내 힘듦을 판정하는 잣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을 했나

    명상은 좋은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명상이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방법이기도 하고, 돈이 들지 않으니까요.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고 나면 분명히 일정 부분 잠시 가라앉았습니다. 다만 그 효과가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30분쯤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왔고, 목요일에 올라간 것을 끌어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그때그때 진정시키는 것 말고 더 근본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올라간 걸 억지로 누르는 게 아니라, 애초에 덜 올라가고 더 빨리 내려오는 몸을 만드는 쪽입니다.

    이 근본적인 방법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중요한 내용이라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회복탄력성이 쉼의 기본입니다

    방향을 바꾸면서 개념 하나를 다시 잡았습니다. 쉼을 다스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은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능력이 아닙니다. 받은 뒤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속도입니다.

    이 정의로 보면 제 금요일 오후가 다시 보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세 지표가 그날 안에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은, 그 시점의 제 회복탄력성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같은 크기의 스트레스를 받고도 그 하강이 며칠씩 걸리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기준선 시간 → 같은 크기의 스트레스 탄력성이 높으면 — 하루 안에 탄력성이 낮으면 — 며칠째 그대로
    그림 3. 회복탄력성의 차이(모식도). 차이는 올라간 높이가 아니라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리는 상태의 모습

    회복탄력성이 낮아져 있으면 이런 형태로 나타납니다.

    • 예전 같으면 하루면 털어냈을 일이 사흘씩 갑니다.
    • 상황이 끝났는데도 몸이 안 풀립니다. 일이 마무리됐는데 잠이 안 옵니다.
    • 작은 일에 반응이 커집니다. 반응 자체보다 그 반응이 오래 가는 게 더 눈에 띕니다.
    • 자고 일어나도 회복된 느낌이 없습니다. 아침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 사소한 결정도 피로합니다. 점심 메뉴 고르는 게 버겁습니다.
    • 주말에 쉬어도 월요일에 원상복구가 안 됩니다.
    • 감기에 자주 걸리고 잘 낫지 않습니다. 운동한 다음 날 회복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목록을 늘어놓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입니다. 전부 강도가 아니라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게 흔들렸느냐를 묻는 항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흔들린 뒤 얼마나 오래 그대로 있었느냐를 묻습니다.

    회복탄력성을 올린 것은 잠·몸·밥이었습니다

    그 힘은 엉뚱한 데서 왔습니다. 저는 쉼에 속한 기법들을 뒤지고 있었는데, 정작 효과를 낸 건 앞의 세 기둥이었습니다.

    잠. 회복의 대부분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곳입니다. 흔히 “자는 동안 뇌가 노폐물을 씻어낸다”고 설명하는데, 이 기전 자체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2024년에는 수면 중에 오히려 뇌의 청소가 줄어든다는 반대 결과도 나왔습니다. 기전이 어느 쪽으로 정리되든, 잠을 회복의 출발점에 두는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몸. 여기서 제가 오해하고 있던 게 있습니다. 운동이 쌓인 코르티솔을 태워 없애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운동하는 그 순간에는 코르티솔이 올라갑니다. 강도가 셀수록 더 올라갑니다. 효과는 그다음에 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안정 시 코르티솔이 낮고, 나중에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반응이 덜 튑니다. 즉 운동은 오늘의 코르티솔을 지우는 게 아니라 다음번에 덜 올라가게 만드는 쪽입니다. 목요일에 운동을 거른 게 최악이었던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날 운동을 했더라도 그 주는 못 구했을 겁니다. 필요한 건 몇 주 전에 해뒀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밥. 항염증 쪽으로 식단을 유지하면 몸이 이미 지고 있는 기저 부하가 내려갑니다. 같은 스트레스에도 덜 흔들립니다.

    세 가지를 바꾼 뒤 같은 종류의 상황에서 지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따로 정리해서 다음에 공개하겠습니다. 이 글의 범위는 여기까지입니다 — 스트레스에 실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지점까지입니다.

    쉼은 독립된 기둥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이 글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입니다.

    여섯 기둥을 나란히 놓고 보면 쉼도 하나의 항목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문제면 쉼을 고치려 듭니다. 명상, 호흡법, 마음챙김 앱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제 경우 쉼은 잠과 몸과 밥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따라온 결과였습니다. 쉼만 따로 떼어 고치려던 몇 주가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고 봅니다.

    따라 하실 생각이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지금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에 패턴이 있는지 먼저 봅니다. 요일, 시간대, 특정 상황. 그리고 원인이 사라졌을 때 내려가는지 봅니다. 앞의 표가 그대로 체크리스트입니다.
    2. 진짜 쪽이면 잴 수 있는 것 하나로 확인합니다. 셋을 다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HRV 하나로도 시작됩니다. 절대값이 아니라 내 평소 대비로 봅니다.
    3. 쉼 기법부터 찾지 말고 잠 → 몸 → 밥 순서로 바닥을 다집니다.
    4. 그 위에서 자기에게 맞는 회복 방법을 얹습니다. 저는 명상이 주력이 아니었고,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가

    권하기 전에 비용을 먼저 적는 게 맞습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재는 건 만만치 않았습니다. 타액은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각에 채취해야 했고, CGM은 센서를 주기적으로 갈아야 했고, 웨어러블은 계속 차고 있어야 했습니다.

    돈은 소모품에서 나갑니다. CGM 센서와 타액 검사 키트는 쓰는 동안 계속 사야 합니다.

    그래서 이걸 다 갖추고 시작하시라고는 권하지 않습니다. 앞의 순서에서 “셋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고 쓴 이유가 이것입니다. 저는 세 개를 겹쳐 봤기 때문에 확신을 얻었지만, 확신의 크기에 비하면 비용이 큽니다. 하나로 시작해서 질문이 생겼을 때 다음 걸 더하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서 멈춰야 할 때

    CGM과 타액 코르티솔 검사는 지역과 나라마다 처방·구입 조건이 다릅니다. 제가 쓴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시라고 권하기 어렵고, 특히 당뇨가 없는 사람의 CGM 사용은 조건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의 방법은 스스로를 점검하는 도구이지 진단이 아닙니다. 잠이 계속 안 오거나, 이유 없이 가라앉는 상태가 2주 넘게 이어지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숫자와 무관하게 전문가에게 가야 할 일입니다.

    Takeaway

    • 제가 관측한 스트레스에는 주기가 있었습니다. 목요일에 오르고 금요일 오후에 떨어지는 주간 리듬이 HRV·CGM·타액 코르티솔 세 지표에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 숫자로는 HRV가 평소보다 20% 낮아졌고, 혈당은 100~110에서 120~140으로 올라간 채 유지됐고, 저녁 코르티솔은 정상적으로 내려가야 할 것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 세 지표가 일치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의 스트레스 반응이 서로 다른 세 곳에 남긴 흔적입니다 — 혈당과 타액은 코르티솔 쪽, HRV는 교감신경 쪽입니다.
    • 몸은 닥친 위협만이 아니라 예고된 위협에도 반응합니다. 시험 전날 이미 시작됩니다.
    •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가장 쉬운 기준은 원인이 사라졌을 때 내려가는가 입니다. 가짜는 원인이 지나갔는데도 생각할 때마다 다시 켜집니다.
    •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능력이 아니라 돌아오는 속도입니다. 낮아지면 반응이 커지기 전에 회복이 먼저 느려집니다.
    • 명상은 저에게 그때뿐이었습니다. 회복탄력성을 올린 것은 잠·몸·밥입니다. 특히 운동은 오늘 쌓인 코르티솔을 태우는 게 아니라 다음번에 덜 올라가게 만드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 쉼은 독립된 기둥이라기보다 앞의 세 기둥이 자리를 잡았을 때 따라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곁」을 다룹니다. 잠·몸·밥으로 바닥을 다져 놓아도 마지막 한 칸이 남는데, 자율신경의 탄력성이 실제로 회복되는 자리가 거기입니다.

    출처

  • 기상 시간, 수면의 숨은 지휘자

    대학원 시절, 저는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믿었습니다. 고요한 밤에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이 좋았고 감수성도 폭발하는 그 시간을 즐겼습니다. 일주기 리듬 같은 건 알지도 못했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멀쩡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새벽까지 깨어 있는 날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그게 만성이 됐고, 나중에 고치려 하니 이미 만성 불면증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면제를 먹어도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신경 쓸 일이 늘수록 밤에 제대로 못 자는 상태가 더 굳어졌습니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원래 그런 건가 보다” 하는 체념까지 왔습니다.

    건강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 그건 체질이 아니라 습관의 문제였고,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이 기다려지는 상태까지 왔습니다.

    “몇 시간 잤는가”보다 “언제 일어났는가”가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수면을 얘기할 때 다들 “어제 몇 시간 잤는가”부터 묻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앞선 두 편(아침 빛, Circadian Rhythm의 숨은 지휘자, 식사 시간, 혈당의 숨은 지휘자)에서 이미 나온 것처럼, 마스터 시계를 매일 다시 맞추는 신호는 기상 후의 빛입니다. 취침 시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 기상 시간이 고정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는 시점(졸리기 시작하는 시점)도 매일 같은 시각으로 따라옵니다.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진짜 변수는 “몇 시간을 채웠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이 매일 얼마나 규칙적이었는가”였습니다.

    왜 규칙성이 수면의 질 자체를 바꾸는가

    기상 시간이 매일 같으면, 몸이 졸음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각도 매일 같아집니다. 이때 잠자리에 들면 코어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구간과 수면 시점이 겹치는데, 이 겹침이 깊은 수면(서파수면, slow-wave sleep)의 비율을 끌어올립니다. 서파수면은 뇌파가 가장 느린 델타파로 나타나는 단계로, 조직 회복·면역 강화·기억 정리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구간입니다.

    베타 13~30Hz 각성·집중 알파 8~12Hz 이완된 휴식 세타 4~7Hz 얕은 수면·졸림 델타 0.5~4Hz 깊은 수면(서파수면)

    그림. 뇌파 4종의 상대적 속도·진폭 비교. 각성(베타)에서 깊은 수면(델타)으로 갈수록 파형은 느려지고 커집니다 — 실시간 뇌파 동기화 유도 장치가 감지·유도하는 게 바로 이 전환입니다.

    여기서 하나 빠뜨리기 쉬운 게 렘수면(REM)입니다. 렘수면은 이 그래프의 흐름(느려지고 커지는 방향)에 속하지 않습니다 — 오히려 뇌파만 보면 베타·알파에 가까운 빠르고 낮은 진폭의 파형으로 돌아갑니다. 몸은 근육이 마비된 채 자고 있는데 뇌파는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게 활발히 움직여서 “역설수면(paradoxical sleep)”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하룻밤은 각성(베타·알파) → 얕은 수면(세타) → 깊은 수면(델타) → 렘 순서가 약 90분 주기로 여러 차례 반복되고, 깊은 수면은 밤 초반에, 렘은 새벽으로 갈수록 비중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몸은 매일 새로운 시차에 적응하는 셈이 되어, 같은 시간을 자도 깊은 잠에 들어가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수면 부채(Sleep debt)”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수면 부채는 그날 필요한 수면량과 실제로 잔 수면량의 차이가 누적되는 지표입니다. 하루 이틀은 다음 날 몰아 자면 갚아지지만, 계속 쌓이기만 하면 결국 피로·기분 저하·만성 피로 같은 다른 형태로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규칙적인 기상 시간은 이 부채를 매일 최소한으로 리셋하는 역할을 합니다.

    간단 수면 부채 계산기

    최근 7일 실제 수면 시간(하루씩, 시간)

    이 계산기는 단순 참고용입니다. 실제 수면 부채는 개인의 필요 수면량·최근 수면 이력에 따라 다르게 계산되며, 본격적으로 추적하려면 앞서 언급한 자가측정 도구들이 훨씬 정확합니다.

    6개월, 점진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수면의 질은 하루아침에 30%대에서 90%대로 오르지 않습니다. 제 경우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영역이었고,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거쳐야 지금 같은 결과에 닿았습니다.

    지금은 매일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알람을 맞춰두긴 하지만 대부분은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깹니다. 이 과정에서 수면의 질은 30%대에서 90~100%대로 올랐고, 수면 부채는 지금은 0입니다. 깊은 수면 시간도 과거 몇십 분 수준에서 2시간대로 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의 상쾌함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이게 저 혼자만의 우연은 아닙니다. 6만 명 넘는 성인의 가속도계 데이터를 7년 넘게 추적한 연구에서, 수면 규칙성이 수면 시간보다 전체 사망률을 더 강하게 예측했습니다. 규칙성이 높은 그룹은 전체 사망 위험이 20~48% 낮았습니다. 수면을 며칠 제한했다가 회복하는 실험에서는, 회복하는 밤에 서파수면 비율이 먼저 늘어나는 현상도 확인됐습니다 — 몸이 가장 급한 것(깊은 수면)부터 우선적으로 복구한다는 뜻입니다.

    기상 시간 고정하기 — 실천 가이드

    이 실천을 가장 자주 무너뜨리는 게 “소셜 제트래그(Social Jetlag)”입니다. 2006년 독일 과학자 Till Roenneberg가 만든 용어로, 평일엔 출근·등교 때문에 일찍 자고 짧게 자다가, 주말엔 몸이 원하는 시간까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몰아 자는 패턴을 가리킵니다. 계산법은 평일과 주말의 “수면 중간점”(취침 시각과 기상 시각의 정중앙) 차이인데, 이 차이가 클수록 매주 다른 시간대로 여행을 갔다 오는 것과 비슷한 부담을 몸에 줍니다. 실제로 성인 대다수가 어느 정도는 이 패턴을 겪고 있고, 그 차이가 클수록 비만·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평일엔 6시간, 주말엔 몰아서 10시간” 같은 패턴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총 수면 시간은 비슷해 보여도, 매주 시차를 겪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 주말도 예외를 두지 마세요. 소셜 제트래그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 알람이 필요 없어질 때까지가 목표입니다. 처음엔 알람에 의존해도 괜찮지만, 기상 시간이 몸에 자리 잡으면 알람 없이 깨는 날이 늘어나는 게 정상입니다.
    • 하루아침에 바꾸려 하지 마세요. 지금 기상 시간과 목표 기상 시간의 차이를 15~30분 단위로 며칠에 걸쳐 당기는 게, 한 번에 1~2시간 당기는 것보다 지속 가능합니다.
    • 6개월을 기준으로 잡으세요. 며칠 해보고 효과가 없다고 포기하기 쉬운 영역입니다. 점진적 변화라는 걸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자가측정 도구들 — Homo quantificans로서

    저는 느낌보다 측정을 믿는 사람입니다. 세밀한 느낌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할뿐더러 대부분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일부 느낄 수 있는 몸의 변화도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Homo quantificans”(측정하는 인간)라고 부를 정도로, 수면도 감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하고 저장하여 비교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이 네 가지를 함께 쓰고 있습니다.

    • 귀마개·안대: 소음과 빛이라는 외부 자극을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숙면 유지에 체감 효과가 컸습니다.
    • 실시간 뇌파 동기화 유도 장치: 잠에 드는 속도를 앞당기고, 수면 중간에 깼을 때 다시 잠에 드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 수면 중 온도 유지 장치: 외부 기온과 무관하게 수면에 최적화된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해줘서, 밤새 수면 상태가 고르게 유지되는 데 효과가 컸습니다.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카테고리의 도구들이 존재하고, 규칙적인 기상 시간이라는 기본기 위에 얹으면 효과가 더해진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Takeaway

    •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건 “몇 시간 잤는가”보다 “기상 시간이 얼마나 규칙적인가”입니다 — 취침 시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 규칙적인 기상 시간은 수면 부채를 매일 최소한으로 리셋하고, 깊은 수면(서파수면) 비율을 끌어올립니다.
    • 실제 연구에서도 수면 규칙성은 수면 시간보다 전체 사망률을 더 강하게 예측했습니다(규칙성 높은 그룹, 사망 위험 20~48% 낮음).
    •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지 마세요 — 최소 6개월의 점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 귀마개·안대·뇌파 동기화 유도 장치·온도 유지 장치는 규칙적인 기상 시간이라는 기본기 위에서 효과를 더하는 보조 수단입니다.
    • 오늘 시작할 것: 이번 주말, 평일과 같은 시각에 일어나 보기.

    출처

  • 식사 시간, 혈당의 숨은 지휘자

    지난 편(아침 빛, Circadian Rhythm의 숨은 지휘자)에서 “구체적인 시간제한 식사는 밥 시리즈에서 따로 다루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번 편이 그 약속을 지키는 편입니다.

    저는 8주 만에 15kg을 감량했다고 말씀드렸고, 어떤 식단을 유지했는지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언제” 먹었는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을 굶었는지보다, 몇 시에 먹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간헐적 단식이라고 하면 다들 “몇 시간을 굶는가”부터 묻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고, 관련 연구를 찾아보고 나서 알게 된 건 — 굶는 총 시간보다 그 식사를 몇 시에 하느냐가 결과를 훨씬 크게 갈랐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밥도 저녁엔 몸이 다르게 처리합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이 그걸 처리하는 능력은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슐린 민감도 자체가 하루가 지날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엔 정오보다 같은 식사에도 혈당이 더 크게 튀어 오릅니다. 제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저녁 식사 시간만 오후 6시와 밤 9시로 바꿔본 연구에서, 밤 9시 식사 쪽이 식후 2시간 혈당·인슐린 반응 모두 더 높았습니다. 저녁을 늦게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일수록 하루가 끝날 무렵의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관찰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야식이 안 좋다”는 감각적인 얘기가 아니라, 같은 칼로리·같은 음식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이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대사 생리학 얘기입니다.

    이 원리를 실천으로 옮긴 게 이른 시간대 제한 식사(early Time-Restricted Eating, eTRE)입니다. 하루 중 정해진 “먹는 시간 창(eating window)”을 오전~낮 시간대로 앞당겨 잡고, 그 창 밖은 물 외엔 먹지 않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창”은 한 끼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 중 첫 끼부터 마지막 끼까지 음식을 섭취하는 전체 시간 범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에 첫 끼를 먹었다면 오후 4시까지 몇 끼를 나눠 먹든 그 8시간 안에서만 먹고, 그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오전~낮은 인슐린 감수성이 가장 높고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가 활발한 시간대이니, eTRE는 이 자연스러운 생체 리듬에 식사 시간을 맞춰 몸이 원래 가장 잘하는 시간에 일을 시키는 방식인 셈입니다.

    식사 창(eating window) 공복 수면 기상 06:00 첫 식사 06:30 — 샐러드 또는 스틸컷 귀리 두 번째 식사 08:30 — 식물성 우유 셰이크 마지막 식사 14:00 — 플렉시테리언 식단 식사 창 7시간 30분 06:30 · 08:30 · 14:00 세 끼 공복 16시간 30분 취침 22:00 06시 10시 14시 18시 22시 02시 06시

    그림. eTRE 하루 타임라인 예시(제가 실천한 패턴). 06:30~14:00(7시간 30분)에만 먹고, 나머지 16시간 30분은 공복을 유지합니다 — 그중 22:00~06:00은 수면입니다.

    창의 길이위치(하루 중 언제인지)가 둘 다 중요합니다.

    • 창의 길이: 여러 창 길이를 비교한 연구에서, 공복 인슐린을 낮추는 효과는 6시간 창(18:6)이 8시간 창(16:8)이나 10시간 창 (14:10)보다 더 컸습니다 — 창이 짧을수록 대사 지표 개선 폭이 큰 경향이 있습니다.
    • 창의 위치: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처럼 이른 시간대 창(eTRE)이, 정오부터 저녁 6시까지처럼 늦은 시간대 창보다 체중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다만 3개월 이상 지속한 일부 연구에서는 창의 “위치”보다 “얼마나 꾸준히 지키는지”가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있어, 위치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짧고 이른 창(예: 6~8시간, 이른 아침~이른 오후)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유리하지만, 무엇보다 매일 지킬 수 있는 창을 고르는 게 우선입니다.

    앞서 본 혈당·인슐린 개선 외에도, eTRE를 다룬 연구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효과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대의 식사가 원천적으로 줄어드니 하루 총 섭취 칼로리가 자연스럽게 줄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체중 감량이 없었는데도 혈압이 함께 낮아진 연구 결과도 있어, 대사 개선이 체중 감량과 별개로도 일어난다는 걸 보여줍니다.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줄어 저녁 시간대의 식욕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는 것도 확인됐는데, 배가 덜 고파서 창을 지키기가 오히려 쉬워지는 선순환입니다. 다만 염증 지표(TNF-α, CRP 등)에 대한 효과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려서, 아직 “eTRE가 염증을 줄인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저는 가장 먼저 가족들과 함께하던 저녁 식사를 아침으로 옮겼습니다. 처음엔 반대도 있었지만 여러 차례 대화 끝에 설득했습니다. 기상은 새벽 6시, 6시 30분쯤 간단한 샐러드나 스틸컷 귀리로 첫 끼를 먹고, 8시 30분쯤 두 번째 식사로 식물성 우유 셰이크를 마셨습니다. 오후 2시 마지막 식사는 생선·닭가슴살·두부를 포함한 플렉시테리언 식단으로 든든하게 먹었고, 취침은 밤 10시였으니 마지막 식사부터 잠들기까지 대략 8시간을 공복으로 보낸 셈입니다. 며칠만 지나면 생각보다 허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허기가 찾아올 땐 물(하루 2L)과 견과류 한 줌이면 금세 가라앉았고, 일주일쯤 지나자 이마저도 거의 필요 없어졌습니다.

    보상은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공복 상태로 잠자리에 드니 수면의 질이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 스마트링·스마트워치 등 여러 트래커를 동시에 착용하고 확인해봤는데, 전부 같은 방향으로 향상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 잠에서 덜 깬” 느낌 없이 곧바로 정신이 맑고 또렷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혈압 수치도 놀라운 속도로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실전 가이드 — 내 창 정하기

    • 기상 시간부터 역산하세요. 일어난 지 1~2시간 안에 첫 끼를 먹고, 마지막 식사는 잠자리에 들기 최소 3시간 전에 끝내는 걸 기준으로 창의 길이를 정합니다.
    • 처음엔 12시간부터 시작하세요. 하루아침에 6시간 창으로 줄이지 말고, 12시간(예: 아침 8시~저녁 8시) → 10시간 → 8시간 순으로 1~2주 간격을 두고 줄여나가면 적응이 훨씬 수월합니다.
    • 완벽한 eTRE가 부담스럽다면, 저녁 식사만 1~2시간 앞당기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창의 정확한 길이보다, 마지막 식사를 늦은 밤에서 이른 저녁으로만 옮겨도 앞서 본 인슐린·혈당 개선 효과의 상당 부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창을 옮길 땐 가족 식사 시간과 사회적 일정을 먼저 고려하세요. 매일 지킬 수 없는 창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음에 해당하면 시작 전에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임신·수유 중, 저체중(BMI 18.5 미만),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 병력, 소아·청소년, 1형 당뇨 또는 인슐린·설포닐우레아 계열 약을 복용 중인 당뇨(저혈당 위험 — 시작 초기 2주간은 공복 중간에 혈당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Takeaway

    • 같은 음식도 저녁에 먹으면 인슐린 민감도가 낮아진 상태라 혈당이 더 크게 튑니다 — 야식이 유독 안 좋다고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창(먹는 시간대 전체 범위)은 짧고(6~8시간) 이를수록(아침~이른 오후) 이론적으로 유리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매일 지킬 수 있는 창을 고르는 것입니다.
    • eTRE는 혈압 개선, 그렐린 감소로 인한 식욕 조절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다만 염증 지표 개선은 아직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립니다.
    • 12시간 → 10시간 → 8시간처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 적응이 쉽습니다.
    • 오늘 시작할 것: 저녁 식사 시간을 지금보다 30분만 앞당겨 보기.

    출처

  • 아침 빛, Circadian Rhythm의 숨은 지휘자

    저는 젊었던 시절에 미국의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90년대였는데, 직원 중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위상을 내가 드높여야겠다.’라고 마음먹고 회사에 간이 침대를 두고 밤새 일하곤 했습니다.

    일은 그럭저럭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병을 얻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한동안 치료에 전념한 후에 다른 회사로 옮겼던 기억이 납니다. 젊은 시절에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믿었는데, 사람의 몸은 그렇게 유지되는 게 아닙니다.

    몸에는 그냥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시간을 재는 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그때그때 반응한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몸에는 시간을 먼저 재고, 그 시간에 맞춰 신호를 미리 보내는 진짜 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계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밤새워 일하고 아무 때나 먹는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몸이 망가지기 전에 반드시 맞춰줘야 하는 대상입니다. 더 중요한 건 — 이 시계는 제 손으로 직접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체시계는 어떻게 작동하나

    뇌의 시상하부에는 시신경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아주 작은 신경세포 덩어리가 있습니다. 이게 몸 전체의 “마스터 시계” 역할을 합니다. 심장·간·근육·지방세포 같은 대부분의 장기에도 각자의 “말초 시계”가 있는데, 이 말초 시계들이 제각각 돌지 않고 하나로 맞춰지게 지휘하는 게 SCN입니다.

    이 시계는 대략 24시간 주기로 스스로 돌지만, 정확히 24.0시간은 아니라서 매일 외부 신호로 다시 맞춰줘야 합니다. 이 신호를 차이트게버(Zeitgeber, “시간을 주는 것”)라고 부릅니다. 가장 강력한 신호는 이고, 그다음이 식사 시간입니다 — 마스터 시계는 빛으로, 말초 시계는 식사로 맞춰지는 이중 구조입니다. (식사 시간으로 말초 시계를 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밥 — 언제 먹을지도 중요합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코르티솔 멜라토닌 코어 체온 높음 중간 낮음 0시 6시 12시 18시 24시 코르티솔 최고치 — 기상 후 약 30~45분(오전 7시 반경), 각성 반응(CAR) 코르티솔 최고 멜라토닌 최고치 — 한밤중(오전 3시경) 멜라토닌 최고 코어 체온 최저 — 새벽 4~5시경 체온 최저

    그림.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24시간 모식도. 코르티솔·멜라토닌·코어 체온이 서로 다른 시점에 최고·최저를 찍으며 하루를 구성합니다(개인차가 있는 평균적 패턴입니다).

    이 신호들이 서로 다른 시간대를 가리키면(빛은 낮이라는데 식사는 새벽에 하는 경우처럼) 마스터 시계와 말초 시계가 서로 어긋나는 내부 비동기화가 생깁니다. 교대근무 연구가 이걸 가장 잘 보여줍니다. 평소와 12시간 어긋나게 자고 먹도록 만든 실험에서, 단 며칠 만에 렙틴이 17% 줄고, 인슐린이 22% 늘었는데도 혈당은 오히려 6% 올랐고, 코르티솔의 하루 리듬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실제 교대근무자를 추적한 연구들도 과체중·비만·제2형 당뇨·고혈압·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진다는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빛으로 시계를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습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아침에 밝은 빛을 쐬면 시계가 앞으로 당겨지고, 저녁에 밝은 빛(특히 화면)을 오래 보면 시계가 뒤로 밀립니다. 그래서 해외여행으로 시차가 생겼을 때 “도착한 나라의 아침 시간에 맞춰 일부러 밝은 곳에 나가 있어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실제로 빛 노출 시점만 바꿔도 시차 적응 속도가 빨라진다는 게 여러 연구로 확인돼 있습니다.

    몸속에서는 두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납니다. 밝은 빛에 노출되면 5분 안에 멜라토닌(수면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빛으로 전환되면, 아침 시간대에 한해 혈중 코르티솔이 급격히(연구에 따라 110~140 nmol/L) 올라갑니다. 같은 자극을 오후에 주면 이런 반응이 없습니다 — 아침에만 나타나는 효과입니다. 멜라토닌은 내려가고 코르티솔은 올라가니, 이 둘이 겹쳐서 잠에서 확실히 깨어 활동 모드로 전환되는 겁니다.

    저는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예전엔 시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난 뒤로는 그 고민이 크게 줄었고, 뉴욕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가도 시차를 대부분 조정해서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도착지 기준 아침 시간에 의도적으로 밝은 빛을 쬐고, 저녁엔 반대로 빛을 피하는 것 — 원리를 알고 나니 실천은 오히려 단순했습니다.

    “햇빛으로 몸을 다스린다”는 생각 자체는 사실 새롭지 않습니다.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헬리오테라피(Heliotherapy, “태양 치료”)를 체계적으로 처방했고, 20세기 초 스위스 의사 오귀스트 롤리에는 알프스에 일광욕 클리닉을 열어 결핵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날씨와 계절, 그리고 알프스까지 갈 수 있는 형편에 좌우되는 사치였습니다. 지금은 이 럭셔리를 집에서, 훨씬 통제된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해가 없을 땐 라이트박스를 쓰세요

    겨울철이나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경우, 해가 뜨기 전이라 자연광 스위치를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쓰는 게 광치료(Daylight Therapy, 라이트박스)입니다.

    • 밝기: 10,000럭스가 표준입니다. 10,000럭스면 30~60분, 5,000럭스면 2시간 정도 써야 비슷한 효과가 납니다.
    • 시간대: 반드시 기상 직후, 오전 6~9시 사이에 씁니다. 저녁에 쓰면 오히려 시계가 늦춰집니다.
    • 효과: 계절성 우울증(SAD)·겨울철 무기력뿐 아니라, 시차·교대근무로 어긋난 리듬을 되돌리는 데도 쓰입니다. 실제로 아침 5~7시 구간에 광치료를 쓰면 졸림과 주의력이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Wirecutter가 추천하는 라이트 테라피 램프

    nytimes.com · Wirecutter
    Position Yourself Within a Foot of a Light Therapy Lamp to Reap its Benefits
    40시간 리서치 끝에 Carex Day-Light Elite를 최고의 라이트 테라피 램프로 꼽았습니다.

    리듬을 맞추는 오늘의 실천

    • 기상 직후 아침 햇빛을 쬐세요(또는 라이트박스 30~60분).
    • 저녁엔 밝은 빛, 특히 화면을 줄이세요 — 시계를 반대로 밀어냅니다.
    • 취침 시간보다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게 리듬을 맞추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 식사 시간으로 말초 시계를 맞추는 방법은 “밥 — 언제 먹을지도 중요합니다”에서 이어집니다.

    Takeaway

    • 몸에는 빛으로 맞춰지는 마스터 시계(SCN)와 식사로 맞춰지는 말초 시계가 따로 있고, 둘이 어긋나면 며칠 만에 혈당·인슐린·혈압이 나빠집니다.
    • 아침 빛은 시계를 앞당기고, 저녁 빛은 시계를 늦춥니다 — 이 방향성 하나만 알아도 시차·불규칙한 기상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 아침 빛은 멜라토닌을 5분 안에 억제하고 코르티솔을 끌어올려 각성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해가 없는 계절·시간대엔 10,000럭스 라이트박스가 같은 효과를 냅니다.
    • 오늘 시작할 것: 기상 직후 5~10분 햇빛(또는 라이트박스) 쬐기, 기상 시간을 고정하기.

    출처

  • 밥 — 측정과 피드백(제 사례)

    🎤이 글을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Beta

    AI 목소리로 만든 5분 요약본입니다 · 본문 전체를 그대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편에서 베이스라인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식단을 고르고, 용량을 정하는 세 단계를 다뤘습니다. 이번엔 그 세 단계를 실제로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 사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얼마나 재고 있나

    저는 혈액검사뿐 아니라 여러 의료 서비스와 기기를 통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많은 바이오마커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 바이오마커(biomarker)란? 몸 상태를 객관적인 숫자로 알려주는 측정 가능한 지표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앞선 편들에서 본 공복혈당·당화혈색소·LDL·혈압도 전부 바이오마커의 예입니다. 여기에 더해 웨어러블 기기는 수면의 질이나 회복도처럼, 병원 검사로는 잘 안 보이던 지표까지 매일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처음 잰 숫자들 (Before)

    식단을 바꾸기 전, 제가 처음 확인한 숫자는 이랬습니다. 앞선 실행편에서 정한 기준표에 맞는 항목은 그 기준대로 색을 매겼고, 웨어러블 기기 고유 지표(대사 연소 비율·중심혈압·HRV·수면·회복· Strain·운동량·집중력)는 병원 기준이 따로 없어 숫자만 그대로 적었습니다.

    대사 & 체중

    항목 초기값
    체중 104kg
    하루 칼로리 소모 약 3,000kcal
    지방/탄수화물 연소 비율 지방 15% · 탄수화물 85%
    공복혈당 135mg/dL 🔴
    당화혈색소 6.3% 🟡

    심혈관 건강

    항목 초기값
    총콜레스테롤 200mg/dL 🟡
    LDL 86mg/dL 🟢
    중성지방 296mg/dL 🔴
    혈압 140/90mmHg 🔴
    중심혈압 130mmHg
    HRV(심박변이도) 13ms

    수면 & 회복

    항목 초기값
    수면 질 34%
    회복도 30%
    Strain(신체 부하 지수) 4.1
    운동량 29%
    집중력 68%

    영양소 상태 — 칼슘·마그네슘·비타민 C/D·아연·나트륨·단백질·pH· 케톤 등 여러 항목이 최적 범위에 들지 못했습니다.

    📌 낯선 지표 셋만 짚고 가겠습니다. 중심혈압은 팔이 아니라 대동맥 입구에서 직접 잰 혈압으로, 심장이 실제로 감당하는 부담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HRV(심박변이도)는 심장이 뛰는 간격이 얼마나 유연하게 변하는지를 보는 지표로, 높을수록 회복력이 좋다는 신호로 흔히 쓰입니다. Strain은 하루 동안 몸에 가해진 부하를 종합한 웨어러블 기기 고유 점수입니다.

    실행편의 기준표와 맞춰보니 공복혈당·중성지방·혈압에서 빨간불이, 당화혈색소·총콜레스테롤에서 노란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여러 지표가 동시에 걸려 있으니 식단 하나를 딱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식단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식약동원 편에서 소개한 여러 식단을 하나씩 뜯어보니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각 식단의 장점만 골라 합쳐도 서로 크게 부딪히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나온 게 여러 번 언급했던 저만의 식단, “Rainbow Colored, Plant-Predominant, but Not Excluding Meats, Flexitarian Diet”입니다.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 기본 조리법은 지중해식입니다. 이걸 바탕(base)으로 삼고 거기에 이런저런 변형을 얹는 식입니다.
    • 채식을 우선합니다. 먹는 순서뿐 아니라 식사 구성 자체에서도 채식이 먼저입니다.
    • 단백질은 닭가슴살과 생선으로 좁혔습니다. 적색육(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한 달에 한 번, 손바닥 크기 정도로 제한했습니다. 그 외에는 템페·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얼마든지 먹습니다.
    • 소금과 설탕은 완전히 끊었습니다.
    • 지방은 올리브오일, 산미는 발사믹 식초만 씁니다.
    • 탄수화물은 따로 챙기지 않거나 아주 소량만 먹습니다. 밥은 현미만, 빵·면·떡은 끊었습니다.
    • 용량(Dosage)은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외식할 때는 지중해 식당을 찾았습니다 — 그나마 가장 비슷한 식단이니까요. 하루 한 끼 이상은 반드시 이 식단으로 채웠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먹었습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어서, 그 8주 동안 실제로 먹었던 식사 몇 장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그릴에 구운 닭가슴살과 데친 그린빈·브로콜리니·당근, 퀴노아·병아리콩 샐러드를 담은 접시

    그릴 닭가슴살 + 데친 채소 + 퀴노아·병아리콩 샐러드

    토마토, 생선살, 블루베리, 콜리플라워, 아보카도, 적양파를 색깔별로 담은 무지개색 샐러드

    토마토·생선·블루베리·콜리플라워·아보카도로 채운 무지개색 접시

    구운 두부 큐브를 올린 케일·라디치오 샐러드, 페타치즈와 말린 크랜베리, 호두를 곁들임

    구운 두부 큐브 + 케일 샐러드 + 페타치즈·말린 크랜베리·호두

    병아리콩, 오이, 방울토마토, 블랙올리브, 아보카도, 페타치즈를 넣은 그릭 스타일 샐러드

    병아리콩 그릭 샐러드 — 오이·방울토마토·올리브·아보카도·페타치즈

    단호박이나 렌틸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노란 퓌레 수프에 씨앗류와 새싹채소를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뿌린 모습

    채소 퓌레 수프 + 씨앗류·새싹채소 토핑 + 올리브오일

    데친 브로콜리와 반숙 달걀, 허브를 곁들인 생선살을 담은 접시

    데친 브로콜리 + 반숙 달걀 + 허브를 곁들인 생선

    식단표를 글로 읽는 것과, 실제 접시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보는 건 느낌이 다릅니다. 채소·단백질·색깔이 매번 조금씩 바뀌지만 원칙은 똑같습니다 — 접시 절반은 채소, 나머지는 단백질과 소량의 건강한 지방입니다.

    삼겹살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거의 풀떼기만 먹는 베지테리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서 ‘치익’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삼겹살과 소주, 혀끝에 닿던 한우의 부드러운 식감부터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한두 번은 참을 수 있어도, 이걸 계속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을 가로막았습니다. 원래도 채소 위주의 밥상을 좋아하지 않았고, 과일도 일부러 찾아 먹는 편은 아니었으니(과일 얘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자신이 없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식단을 실제로 꾸며보면서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채식이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 발견은 저에게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드시는 육류 종류가 몇 가지나 되시나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여기에 양고기·오리고기 정도를 더하면 끝일 겁니다. 나머지는 부위별 맛 차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말고기·사슴고기· 토끼고기·악어고기 같은 건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가 아닙니다. 그런데 채식 쪽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조합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전통 한상 차림집에 가면 채소로만 만든 반찬이 스무 가지 넘게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채소류· 과일류·견과류를 조합하면 다소 과장을 보태 평생을 돌려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의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게다가 요즘은 여러 나라 요리에 쓰이는 채소를 갖춘 마트도 늘고 있어서, 시도해볼 수 있는 가짓수와 낯선 맛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8주 후, 다시 쟀습니다 (Before & After)

    이렇게 8주(2개월)를 지킨 뒤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대사 & 체중

    항목 Before After 변화
    체중 104kg 89kg ↓15kg (16.8%)
    하루 칼로리 소모 약 3,000kcal 약 2,100kcal ↓30%
    지방/탄수화물 연소 비율 지방 15% · 탄수화물 85% 지방 75% · 탄수화물 25% 지방연소 5배↑
    공복혈당 135mg/dL 🔴 92mg/dL 🟢 ↓32%
    당화혈색소 6.3% 🟡 5.6% 🟢 ↓11%

    심혈관 건강

    항목 Before After 변화
    총콜레스테롤 200mg/dL 🟡 124mg/dL 🟢 ↓38%
    LDL 86mg/dL 🟢 58mg/dL 🟢 ↓33%
    중성지방 296mg/dL 🔴 120mg/dL 🟢 ↓59%
    혈압 140/90mmHg 🔴 110/72mmHg 🟢 ↓21%
    중심혈압 130mmHg 104mmHg ↓20%
    HRV(심박변이도) 13ms 33ms ↑154%

    수면 & 회복

    항목 Before After 변화
    수면 질 34% 98% ↑188%
    회복도 30% 81% ↑170%
    Strain(신체 부하 지수) 4.1 14.2 ↑246%
    운동량 29% 89% ↑207%
    집중력 68% 87% ↑28%

    영양소 상태 — 칼슘·마그네슘·비타민 C/D·아연·나트륨·단백질·pH· 케톤 등 처음엔 최적 범위에 들지 못했던 항목들이 모두 최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표로 쭉 나열하면 숫자가 한눈에 안 들어올 수 있습니다. 보다 쉽게 확인하려면 챠트로 보면 더 이해가 빠릅니다.

    Before After 정상 기준 혈당 공복혈당 135 92 정상<100 당화혈색소 6.3% 5.6% 정상<5.7% 지질 총콜레스테롤 200 124 정상<200 LDL 86 58 정상<100 중성지방 296 120 정상<150 혈압 혈압(수축기) 140 110 정상<120 혈압(이완기) 90 72 정상<80
    그 외 지표 — Before / After (병원 기준의 정상범위 없음) Before After 체중 104kg 89kg 하루 칼로리 소모 3000kcal 2100kcal 중심혈압 130 104 HRV 13ms 33ms 수면 질 34% 98% 회복도 30% 81% Strain 4.1 14.2 운동량 29% 89% 집중력 68% 87%

    표에서 🟢🟡🔴가 붙은 임상 지표들은 앞선 실행편의 기준표 그대로 판정한 것입니다. 공복혈당·중성지방·혈압은 🔴에서 🟢로, 당화혈색소· 총콜레스테롤은 🟡에서 🟢로 구간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차트(혈당·지질·혈압)에는 주황 점선으로 정상 기준선을 같이 그어뒀습니다. 회색(Before)·초록(After) 막대가 그 점선을 넘었는지, 넘었다면 얼마나 넘었는지까지 한눈에 보입니다 — 그냥 막대가 짧아졌다는 것과, 그 막대가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다른 얘기니까요. 반면 두 번째 차트에 있는 나머지 지표(체중· 칼로리·중심혈압·HRV·수면·회복·Strain·운동량·집중력)는 병원이 정한 정상 범위가 따로 없는 웨어러블 기기 고유 지표라서, 정상 기준선 없이 Before/After 막대 길이만으로 변화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 왜 중요한가 — 이게 바로 앞선 편에서 말씀드린 순환입니다. 베이스라인을 재고, 식단을 고르고, 용량을 지킨 다음, 다시 재서 비교하면 이렇게 눈에 보이는 보상이 옵니다. 이 보상을 확인하는 순간이 다음 8주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런데 정작 제게 더 크게 다가온 변화는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일상이 달라졌습니다. 에너지가 넘쳤고, 가족과 지인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매사에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이 바뀌려면 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때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나중에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다룰 때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늘 지치고 축 늘어져 있던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걸 한 번 느껴보면, 식습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겪는 약간의 어려움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저 한 사람의 사례입니다. 생활습관 개입으로 인한 개선 폭은 사람마다, 그리고 연구마다 편차가 큽니다. 8주 만에 같은 속도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베이스라인을 알고, 거기에 맞는 식단을 고르고, 용량을 지키는 이 구조 자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거의 평생 동안 어떤 식습관 하나를 유지해왔습니다. 그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경우도 사실 식단만 바꾼 결과가 아닙니다. 몸·잠·쉼 실행편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밝히겠지만, 식단과 다른 습관들을 함께 병행한 수치라서 더 드라마틱하게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절대 짧은 시간에 모든 걸 한꺼번에 고치려 하지 마세요. 평생 이어온 습관을 이제 제대로 된 습관으로 하나씩 바꿔가는 긴 여정에 막 발을 들인 것뿐입니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 더 큰 무엇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건 지금보다는 나중에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아껴두겠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경험에 동참하신 걸 축하합니다.

    Takeaway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빨간불이 여럿이라 막막했지만, 여러 식단의 장점만 골라 제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엄격하게 지키니 8주 만에 대부분의 지표가 초록불로 바뀌었습니다. 다음은 여러분 차례입니다 — 여러분의 베이스라인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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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 실행편(베이스라인, 용량)

    지금까지 원리를 살펴봤다면, 이제부터는 실행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이미 만성질환 진단을 받았거나 그 언저리에 있어서 걱정이 되는 분, 아니면 지금 상태에서 한 걸음 더 활력 있게 살고 싶은 분. 어느 쪽이든 출발점은 같습니다.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뿐입니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과 코로 들어오는 공기입니다. 이 둘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몸에 쌓입니다. 그래서 바이러스 같은 외부 요인을 빼면, 사실상 거의 모든 만성질환은 이 두 가지를 통해 서서히 “만들어지는” 겁니다. 뒤집어 말하면, 내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를 스스로 통제하는 습관을 들이면 — 그것도 감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방식으로 — 병을 만드는 원인 자체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그중 음식을 먼저 다룹니다.

    실행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합니다.

    1. 베이스라인 알기 — 지금 내 몸이 어디에 있는지 숫자로 확인합니다.
    2. 베이스라인에 맞는 식단 고르기 — 그 숫자가 가리키는 우선순위에 따라 식단을 정합니다.
    3. 용량(Dosage) 정하기 — 그 식단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엄격하게 지킬지 정합니다.

    이 세 단계를 마치면 다음은 측정 → 베이스라인과 비교 → 즉각적인 보상 확인 → 필요하면 조절하는 순환으로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다루고, 오늘은 앞의 세 단계에 집중하겠습니다.

    아래 수치는 국내외 진료지침·학회 기준을 근거로 한 일반적인 목표치입니다. 나이·가족력·기존 질환에 따라 실제 목표는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약을 복용 중이라면, 식단을 아무리 잘 지키고 있어도 임의로 약을 끊거나 줄이지 마세요.

    1단계 — 내 몸의 베이스라인 알기

    베이스라인은 “지금 여기”를 가리키는 숫자입니다. 이게 없으면 내가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 숫자 대부분은 이미 갖고 계실 가능성이 큽니다 — 국가건강검진 결과지, 또는 최근에 받은 혈액검사지입니다. 서랍 속에 넣어두셨다면 지금 꺼내 아래 표와 대조해보세요. 없다면 이번 기회에 검진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가 지금까지 다룬 만성질환 넷 — 비만·고혈압·이상지질혈증· 당뇨 — 을 기준으로 표를 나눴습니다. 색은 지금까지와 같은 규칙입니다. 🟢 정상, 🟡 주의·전단계, 🔴 위험·확정 단계입니다.

    체성분 — 비만, 첫 번째 대상

    검사지 항목 🟢 정상 🟡 주의 🔴 위험
    체질량지수(BMI) 18.5~22.9 23~24.9 (비만 전 단계) 25 이상 (1단계 비만부터)
    허리둘레 남 90cm 미만 · 여 85cm 미만 남 90cm 이상 · 여 85cm 이상
    허리둘레/키 비율(WHtR) 0.5 미만 0.5 이상

    📌 BMI만으로 부족한 이유 — 같은 BMI라도 지방이 팔다리에 있는 사람과 배 안쪽(내장지방)에 있는 사람은 위험이 다릅니다. 그래서 허리둘레를 따로 잽니다.

    혈압 — 고혈압, 세 번째 대상

    검사지 항목 🟢 정상 🟡 주의 🔴 위험
    수축기/이완기 혈압 120/80mmHg 미만 120139/8089mmHg (주의혈압·고혈압 전단계) 140/90mmHg 이상 (고혈압 1·2기)

    혈당 — 당뇨, 두 번째 대상

    검사지 항목 🟢 정상 🟡 주의 🔴 위험
    공복혈당 100mg/dL 미만 100~125mg/dL (공복혈당장애) 126mg/dL 이상 (당뇨병)
    당화혈색소(HbA1c) 5.7% 미만 5.7~6.4% (당뇨병 전단계) 6.5% 이상 (당뇨병)

    📌 공복혈당 vs 당화혈색소 — 공복혈당은 오늘 하루의 스냅샷이고,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의 평균입니다. 검사지에 둘 다 있다면 당화혈색소 쪽이 더 안정적인 지표입니다.

    지질 — 밥, 지방

    검사지 항목 🟢 정상 🟡 주의 🔴 위험
    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 100~159mg/dL 160mg/dL 이상
    HDL 콜레스테롤 60mg/dL 이상 40~59mg/dL 40mg/dL 미만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 200~239mg/dL 240mg/dL 이상
    중성지방(TG) 150mg/dL 미만 150~199mg/dL 200mg/dL 이상

    📌 이상지질혈증이란? LDL·총콜레스테롤·중성지방은 너무 높으면, HDL은 너무 낮으면 문제가 되는 지표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HDL은 다른 항목과 색 방향이 반대라는 점을 기억해두세요 — 낮을수록 🔴 위험입니다.

    네 영역의 숫자를 다 모으셨다면, 오늘 날짜와 함께 어딘가에 기록해 두세요. 오늘의 숫자 하나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다음에 잰 값과 비교할 수 있어야 비로소 베이스라인 노릇을 합니다.

    표를 손으로 대조하기 번거로우시면, 베이스라인 스코어카드에 숫자만 넣어보세요. 판정과 우선 식단·용량까지 자동으로 나오고, ChatGPT나 Claude에 바로 붙여넣을 수 있는 프롬프트도 만들어줍니다.

    2단계 — 베이스라인에 맞는 식단 고르기

    베이스라인에서 🟡나 🔴가 뜬 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이 식단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식약동원 편에서 소개한 아홉 가지 식단 중 어느 걸 고를지,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다룬 세부 원칙 중 무엇을 먼저 적용할지를 아래처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걸리는 영역 우선 식단 강조점
    혈당 (공복혈당·당화혈색소) 저GI 식단 + 지중해식 밥·빵·면·떡 줄이고 통곡물·저GI로 바꾸기, 채소 먼저 먹기
    혈압 DASH 식단 나트륨 줄이고 칼륨 많은 채소·과일·저지방 유제품 늘리기
    지질 (LDL·중성지방) 지중해식 불포화지방 비중을 늘리고 트랜스지방·포화지방 줄이기
    체성분 (BMI·허리둘레) 지속 가능한 식단 + Healthy Eating Plate 접시 비율 식단 이름보다 총 섭취 칼로리와 꾸준함이 우선
    여러 영역이 동시에 걸림 무지개색 재료 중심의 유연 채식 공통 기반 위에서 가장 급한 영역의 강조점만 얹기

    💡 왜 이렇게 나누는가 — 식약동원 편의 결론을 그대로 가져오면, “당뇨 전단계라면 통곡물·저GI 재료 비중을, 고혈압이라면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 비중을 더 높이는 식”입니다. 뼈대는 누구에게나 같고, 강조점만 내 베이스라인에 맞춰 옮기면 됩니다. 여러 영역이 한꺼번에 걸려 있어도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 결국 바탕은 하나이고, 그 위에 우선순위만 얹는 문제입니다.

    3단계 — 용량(Dosage) 정하기

    같은 식단이라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엄격하게 지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약에 용량이 있듯 식단에도 용량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베이스라인 상태 얼마나 자주 얼마나 엄격하게
    전부 🟢, 예방이 목적 매일, 느슨하게 접시 비율 정도만 지켜도 충분합니다
    하나 이상 🟡 (주의·전단계) 평일은 엄격하게, 주말은 여유 있게 생활습관 개입만으로 정상으로 되돌아갈 여지가 가장 큰 구간입니다
    하나 이상 🔴 (확정 질환) 매일, 예외를 최소화 의료진과 병행이 필수입니다
    여러 영역이 동시에 🔴 매일, 가장 엄격하게 가장 급한 지표 하나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시작하세요

    💡 왜 중요한가 — 🟡 구간은 특히 놓치기 아깝습니다. 당뇨 전단계는 DiRECT 연구에서 46%가(15kg 이상 감량한 사람은 86%까지) 약 없이 정상 혈당으로 돌아갔고, 고혈압 전단계도 한 연구에서 42%가 약 없이 정상 혈압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직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서 생활습관만으로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가장 크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미 🔴 구간이라면 식단은 치료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치료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용량은 정해진 처방이 아니라 원칙입니다. 내 베이스라인이 나쁠수록 자주·엄격하게, 여유가 있을수록 느슨하게 — 이 비례 관계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려 하지 마세요. 여러 지표가 동시에 걸려 있어도, 가장 급한 것 하나부터 시작하는 쪽이 오래갑니다.

    다음 편 예고

    베이스라인을 알고, 식단을 고르고, 용량을 정했다면 이제 남은 건 실행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세 가지를 실제로 실행하면서 주기적으로 다시 측정하고, 처음 잰 베이스라인과 비교하고, 그 변화에서 즉각적인 보상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식단이나 용량을 다시 조절하는 순환 구조를 다루겠습니다.

    Takeaway

    베이스라인 없이 시작하는 다이어트나 식단 관리는 목적지 없이 걷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표에서 내 몸이 🟢·🟡·🔴 중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그 색이 어떤 식단을 먼저 볼지, 그리고 그 식단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킬지까지 함께 정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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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 내용 총정리

    🎤이 글을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Beta

    AI 목소리로 만든 5분 요약본입니다 · 본문 전체를 그대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편에 걸쳐 밥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낯선 용어들 앞에서 “이걸 다 외워야 하나”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중요한 건 개별 지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기본 원리를 먼저 이해하는 것입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나중에 무엇을
    더하든 그게 전체 그림 속 어디에 붙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려운 단어보다 원리를 이해하는 데
    집중하시면 됩니다. 외워야 할 것들은 언제든 AI에게 물어보면
    그만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밥으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의 80%는 이미 이해하신
    겁니다. 남은 건 그 원리와 지식을 실제로 어떻게 조합해서 실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나머지 20%는 흔히 말하는 Fine-Tuning — AI 모델을 미세
    조정하듯, 기본기 위에 자잘한 실행 방법들을 내 상황에 맞게 조금씩
    얹어가는 영역입니다. 그럼 우선 반드시 기억해두면 좋을 내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색깔로 먼저 보기

    아래 정리에서는 좋고 나쁨을 색으로 표시합니다.

    • 🟢 몸에 좋음 · 적극 권장
    • 🔴 피해야 함 · 주의가 필요함
    • 🟡 상황에 따라 다름 · 양을 신경 써야 함

    그리고 💡는 그 내용이 일상생활·건강에서 왜
    중요한지
    를, 📌는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이하는
    부분입니다.

    1편 — 밥, 첫 번째
    변화

    영양소 분류도


    영양소

    다량영양소 (매크로)

    에너지를 만들고 몸을 구성함


    탄수화물
    가장 빠른
    에너지원

    단백질
    조직을 만들고
    고침

    지방
    가장 오래 쓰이는
    에너지원

    미량영양소 (마이크로)

    대사가 돌아가도록 돕는 조력자


    비타민
    지용성(A·D·E·K)
    수용성(B군·C)

    무기질(미네랄)
    많이 필요:
    칼슘·인·칼륨 등
    적게 필요: 철·아연·요오드 등

    📌 매크로/마이크로란? 매크로(다량영양소)는 몸이 그램
    단위로 많이 필요로 하는 3대 영양소, 마이크로(미량영양소)는 필요한 양은
    적지만 없으면 대사 자체가 멈추는 비타민·미네랄입니다.

    구분 종류 하는 일
    다량영양소 (매크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에너지를 만들고 몸을 구성함
    미량영양소 (마이크로) 비타민, 무기질(미네랄) 대사가 돌아가도록 돕는 조력자

    💡 왜 중요한가 — 건강검진 결과지나 다이어트 앱에
    뜨는 “탄수화물 OO%, 단백질 OO%, 지방 OO%”가 전부 이 분류에서 나옵니다.
    이 틀을 알아야 오늘 먹은 게 어느 쪽으로 치우쳤는지, 뭘 더 먹고 뭘 줄여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Healthy Eating Plate (하버드 보건대학원)

    • 🟢 절반 — 채소·과일
    • 🟡 4분의 1 — 통곡물 (🔴 흰쌀·흰빵 같은 정제곡물은 줄이기)
    • 🟢 4분의 1 — 단백질 (생선·콩류·견과류, 🔴 붉은 고기·가공육은
      줄이기)
    • 🟢 소량의 건강한 기름 (올리브유 등)

    💡 매 끼니 그램 수를 계산할 순 없습니다. 이 접시는 계산기 없이
    눈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실전 도구입니다.

    2편 — 밥,
    식약동원

    식단 9종 비교

    • 🟢 지중해식 — 근거·지속가능성 모두 최상위
    • 🟢 DASH — 혈압 관리 근거가 특히 탄탄
    • 🟢 플렉시테리언(유연 채식) — 진입장벽이 낮아 오래 지키기 쉬움
    • 🟢 저GI 식단 — 실천이 쉽고 당뇨 관리 근거가 확립됨
    • 🟡 MIND — 근거는 있지만 정해진 식단표가 없어 스스로 구성해야 함
    • 🟡 채식/비건 — 계획 없이 하면 정제탄수화물 위주로 부실해질 위험
    • 🟡 간헐적 단식 — 대사 지표 개선은 보고되나 장기 연구가 아직
      부족
    • 🟡 블루존(오키나와) — 식단만 떼어 도시 환경에 적용하기 까다로움
    • 🔴 저탄수화물/키토제닉 — 단기 효과는 있지만 장기 근거 부족, 초기
      부작용이 흔해 지속가능성이 낮음

    📌 코호트 연구란? 많은 사람을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하며 습관과 질병 발생의 관계를 보는 연구 방식입니다.
    PREDIMED는 스페인에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의
    이름입니다.

    💡 왜 중요한가 — 유행하는 다이어트에 휘둘리지 않고,
    “내 목적 (당뇨 관리냐, 체중 감량이냐)에 맞는 식단”을 고르는 기준이
    됩니다. 세 가지 기준(목적·지속가능성·근거)을 종합한 결론은
    “무지개색 재료로 채운, 식물 위주지만 육류를 배제하지 않는 유연
    채식”
    이었습니다.

    3편 — 밥, 새로운 명품
    라이프

    지도 — 식품사막

    • 전국 식품사막 지도 (통계청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 마을 안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행정리 비율
    • 미국 카운티별 식품사막 지도 (USDA·CDC) — 자동차 없음 + 반경 1마일 내
      슈퍼마켓 없음 가구 비율

    📌 식품사막(food desert)이란? 자동차나 대중교통 없이
    걸어서 신선식품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주변에 없는 지역을 뜻하는
    말입니다.

    표 — 한국 딸기 vs 미국 딸기

    한국 딸기 미국 딸기
    평균 당도 10~13Brix (높음) 7~9Brix (낮음, 출처 신뢰도 낮음)
    맛의 특징 신맛이 적고 과즙·향이 풍부 신맛이 강하고 다소 밍밍함
    과육 경도 부드럽고 쉽게 짓무름 단단하고 아삭함

    💡 왜 중요한가 — 내가 사는 동네에 신선식품 접근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내가 매일 뭘 먹는지를
    좌우합니다. 내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식재료를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환경인지는 각자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도 잘 돼 있어서, 주변에 마땅한 가게가 없더라도 이런 대안까지 포함해
    내 접근성을 다시 살펴보는 게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4편 — 밥,
    밥·빵·면·떡

    도식 — 곡물 낟알의 구조

    곡물 한 알은 전분이 대부분인 배유(Endosperm), 그걸
    감싸는 껍질층 겨(Bran), 싹을 틔우는
    배아(Germ)로 나뉩니다. 백미·흰 밀가루는 겨와 배아를
    깎아낸 것이고, 현미·통곡물은 세 부분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표 — GI로 본 탄수화물

    식품 GI 신호등
    현미밥 50 🟢
    호밀빵 약 46 🟢
    통밀 파스타 32 🟢
    파스타(일반) 46~58 🟢
    백미밥 66 🟡
    흰 식빵 70~71 🔴
    통밀빵(시판) 71~74 🔴

    📌 GI(혈당지수)란? 어떤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 0~100 점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낮을수록 천천히 오릅니다. GI를
    바꾸는 네 가지 원리는 도정도(겨·배아를 깎아낸 정도), 입자 크기,
    호화(익힘), 노화(식힘)입니다.

    💡 왜 중요한가 — 혈당이 식사마다 급격히 올랐다
    떨어지면 식후 졸림·잦은 허기로 이어지고, 이 패턴이 오래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 위험으로 연결됩니다. “통밀”이라는 이름만 보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것도 이 표에서 바로 보입니다 — 시판 통밀빵은 흰 빵과 GI가 사실상
    같습니다. 밥·빵·면·떡은 대부분 정제 탄수화물로 만들어지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익숙함만으로 먹을 게 아니라, 내 건강
    상태(혈당· 체중·활동량)에 맞춰 가능한 만큼 줄여나가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5편 — 밥,
    채소

    도식 — 수용성 vs 지용성 비타민

    🟢 수용성 (C, B1~B12) 🟡 지용성 (A·D·E·K)
    성질 물에 녹음 → 저장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 (B12만 예외) 기름에 녹음 → 간·지방조직에 저장
    원칙 매일 꾸준히 먹어야 함 매일 안 먹어도 버팀, 대신 양을 신경 써야 함

    표 — 색깔별 파이토뉴트리언트

    색깔 대표 채소 주요 성분 알려진 역할
    빨강 토마토 리코펜, 안토시아닌 항염 지표 개선, 심혈관 지원
    주황·노랑 당근, 단호박 베타카로틴 항산화, 비타민A 전구체
    초록 브로콜리, 잎채소 클로로필, 루테인, 엽산, 글루코시놀레이트(설포라판) 심혈관 지원
    보라·파랑 자색양배추, 가지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 항산화
    흰색·갈색 마늘, 양파, 버섯 퀘르세틴 등 플라보노이드, 알리신 항균·심혈관 지원

    📌 파이토뉴트리언트란? 식물이 자외선·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드는 화학물질 중, 사람이 먹었을 때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것들을 말합니다.

    전분질 채소 vs 비전분질 채소

    • 🔴 전분질 (감자·고구마·옥수수·완두콩) — 탄수화물이 훨씬 많고 GI도
      높아, 하버드 접시 모델은 아예 채소 칸에서 뺍니다.
    • 🟢 비전분질 (브로콜리·오이·양배추·잎채소·버섯) — 탄수화물이 적고
      마음껏 늘려도 되는 쪽입니다.

    조리법

    • 🟢 찜 · 전자레인지 — 수용성 비타민 손실이 가장 적음
    • 🔴 끓는 물에 삶기 — 손실이 가장 큼 (실험에서 40~55%까지)

    💡 왜 중요한가 — 파이토뉴트리언트는 채소·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일부 암 위험이 낮다는 역학 연구와 꾸준히
    연결돼 왔습니다. 그리고 조리법 하나만 바꿔도 같은 채소에서 얻는 영양소가
    몇 배씩 차이 납니다 — 매일 먹는 습관인 만큼 손실을 줄이는 조리법 선택이
    누적 효과가 큽니다.

    6편 — 밥,
    단백질

    프로그램 — 단백질 계산기

    체중(kg)을 입력하면 최소 유지량(0.8g/kg)과 활동적인 성인 권장
    범위(1.2~2.0g/kg)를 바로 보여줍니다. 원문 링크에서 직접 써보실 수
    있습니다.

    도식 — 아미노산의 기본 구조

    중심 탄소(Cα)에 아미노기(-NH₂)·카르복실기(-COOH)·수소(H)·곁사슬(R)이
    붙어 있고, 곁사슬만 아미노산마다 달라 20종을 구분합니다.

    📌 필수아미노산이란?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먹어야 하는 아미노산 9종입니다. 이 9종을 충분한 비율로 모두
    갖춘 단백질을 완전단백질이라 부릅니다.

    표 — 단백질원별 함량 (g/100g)

    식품 단백질(g/100g) 구분
    닭가슴살 약 31 🟢 완전단백질
    소고기(살코기) 약 31 🟡 완전단백질, 과다 섭취 주의
    연어 약 25 🟢 완전단백질
    달걀 약 13(1개 6~7g) 🟢 완전단백질
    그릭요거트(무지방) 약 10 🟢 완전단백질
    두부(단단한 것) 약 8~17 🟢 완전단백질
    렌틸콩 약 9 🟡 불완전단백질(곡물과 함께 먹으면 보완)
    병아리콩 약 9 🟡 불완전단백질
    퀴노아 약 4.4 🟡 불완전단백질

    📌 “불완전”이라는 이름에 속지 마세요. 불완전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 9종 중 일부가 적다는 뜻일 뿐, 나쁜 단백질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렌틸콩·병아리콩도 훌륭한 단백질원이고, 곡물과 함께 먹으면 서로
    부족한 아미노산을 채워줘 완전단백질과 다름없는 조합이 됩니다.

    🔴 붉은고기·가공육은 단백질원으로는 훌륭하지만 과다 섭취 시
    심혈관·대장암 위험과 연결된다는 근거가 있어 최소한으로 권장됩니다.

    💡 왜 중요한가 —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자연히
    줄어드는데 (근감소증), 이게 대사량·낙상 위험·독립적인 일상생활 능력과
    바로 연결됩니다. 단백질은 포만감도 오래 줘서 체중 관리에도
    유리합니다.

    7편 — 밥, 지방 (밥
    심화 시리즈 마지막 편)

    표 — 지방 분류

    분류 세부 권장사항 주요 식품 신호등
    불포화지방 단일불포화(MUFA) 적극 권장 올리브유·아보카도 🟢
    불포화지방 다중불포화(PUFA) 적극 권장 생선·견과·씨앗유 🟢
    포화지방 열량 10% 미만으로 상한선 지키기 🟡
    트랜스지방 가능한 한 피하기 🔴

    콜레스테롤 배달 구조

    • 🔴 LDL (나쁜 콜레스테롤) — 간에서 온몸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배달합니다. 너무 많으면 남는 콜레스테롤이 동맥 벽에 쌓여
      플라크(죽상경화반)를 만듭니다.
    • 🟢 HDL (좋은 콜레스테롤) — 반대로 조직·혈관에 남은
      콜레스테롤을 걷어 간으로 되돌려보냅니다. 청소차 역할입니다.

    목표 수치는 LDL 100mg/dL 미만, HDL 60mg/dL 이상,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입니다.

    📌 지단백(lipoprotein)이란? 콜레스테롤은 기름
    성분이라 물 성분인 혈액에 그냥 녹지 못합니다. 그래서 몸이 콜레스테롤을
    단백질로 감싸 혈액에 실어 나르는 “배달 트럭”을 만드는데, 그게
    지단백입니다. LDL·HDL은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이 배달 트럭의
    종류입니다.

    💡 왜 중요한가 —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은
    지금도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을 좌우하는 LDL·HDL
    수치는 매일 어떤 기름으로 요리하고 어떤 지방을 먹느냐에 실제로
    움직입니다. 오늘 먹는 기름 한 스푼이 숫자놀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Takeaway

    🟢🟡🔴 세 색깔과 💡·📌 두 표시만 기억하면, 7편에 걸쳐 나온
    표·도식·계산기를 다시 훑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세부 근거와 개인
    경험이 더 필요하면 각 편의 원문을 찾아가면 됩니다. 나머지는 이 원리들을
    내 생활에 어떻게 조합해 넣을지 — 그 실행의 문제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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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 지방

    🎤이 글을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Beta

    AI 목소리로 만든 5분 요약본입니다 · 본문 전체를 그대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세 편에서 탄수화물·채소·단백질을 봤습니다. 이번엔 마지막 다량영양소, 지방입니다.

    지방, 왜 필요한가

    지방은 그램당 9kcal로, 탄수화물·단백질(그램당 4kcal)의 두 배가 넘는 에너지를 냅니다. 몸이 에너지를 가장 압축해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지방은 모든 세포막을 이루는 기본 재료이고, 비타민A·D·E·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지방과 함께 있어야 흡수됩니다 (채소 편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성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호르몬의 원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방이 다 같은 지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방의 종류

    지방(정확히는 지방산)은 탄소 사슬에 이중결합이 있는지, 몇 개 있는지로 나뉩니다. 이중결합이 하나도 없으면 포화지방, 하나 이상 있으면 불포화지방입니다. 불포화지방은 다시 이중결합이 하나면 단일불포화지방(MUFA), 둘 이상이면 다중불포화지방(PUFA)으로 나뉩니다. 여기에 트랜스지방이라는 별도 범주가 있는데, 화학적으로는 불포화지방이지만 이중결합의 배열(trans형)이 자연 상태의 불포화지방(cis형)과 달라 성질이 포화지방에 가깝게 바뀐 것입니다. 대부분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부분경화” 공정에서 산업적으로 만들어지고, 아주 적은 양은 소·양 같은 반추동물의 위 속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도 생깁니다(그래서 소고기·유제품에도 미량 들어 있습니다).

    지방(지방산) 포화지방 상한선 지켜서 (열량 10% 미만) 불포화지방 적극 권장 트랜스지방 가능한 한 피하기 단일불포화(MUFA) 오메가-9 올리브유·아보카도 다중불포화(PUFA) 오메가-3·6(필수) 생선·견과·씨앗유

    “오메가” 뒤에 붙는 숫자는 지방산 사슬의 끝(메틸기)에서부터 세어 첫 번째 이중결합이 몇 번째 탄소에 있는지를 가리킵니다. 오메가-3와 오메가-6는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먹어야 하는 필수지방산이고, 오메가-9(대표적으로 올리브유의 올레산)는 몸이 다른 지방으로부터 스스로 만들 수 있어 필수는 아닙니다. 오메가-3는 등푸른생선(고등어·연어·정어리)·아마씨·호두에, 오메가-6는 콩기름·옥수수유·해바라기씨유 같은 식물성 기름과 대부분의 견과류·씨앗류, 그리고 이런 기름으로 튀기거나 조리한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과 LDL·HDL이란

    앞으로 “LDL”·“HDL”이 계속 나오는데, 이게 왜 중요한지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콜레스테롤 자체는 몸에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모든 세포막을 이루는 재료이고, 성호르몬·비타민D·담즙산(지방 소화에 씁니다)의 원료이기도 합니다. 몸이 필요한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약 70~80%)은 간에서 스스로 만들고, 나머지만 음식으로 채웁니다.

    문제는 콜레스테롤이 지방 성분이라 물 성분인 혈액에 그냥 녹아 떠다닐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몸은 콜레스테롤을 단백질로 감싸 혈액에 녹을 수 있게 만든 운반체, 지단백(lipoprotein)에 실어 나릅니다. LDL(저밀도지단백)HDL(고밀도지단백)은 콜레스테롤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콜레스테롤을 실어 나르는 “배달 트럭”인 셈입니다 — 다만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 LDL — 간에서 온몸의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배달합니다. 필요한 만큼만 쓰이면 문제가 없지만, 혈중에 LDL이 너무 많으면 남는 콜레스테롤이 동맥 벽에 쌓여 플라크(죽상경화반)를 만듭니다. 이게 혈관을 좁히고 굳게 만드는 죽상동맥경화증이고, 이 플라크가 터지면 심근경색·뇌졸중으로 이어집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별명은 여기서 나옵니다.
    • HDL — 반대로 남는 콜레스테롤을 조직·혈관에서 걷어 간으로 되돌려보냅니다. 간은 이걸 받아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청소차 역할인 셈이라, HDL 수치가 높을수록 동맥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이 줄어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습니다.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별명은 이 때문입니다.

    수치로 보면 감이 더 잡힙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MedlinePlus는 LDL은 100mg/dL 미만, HDL은 60mg/dL 이상, 총콜레스테롤은 200mg/dL 미만을 바람직한 기준으로 제시합니다(개인의 나이·가족력·다른 위험 요인에 따라 목표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게 왜 숫자놀음이 아니라 실제로 중요한지도 짚어야 합니다. 26개 스타틴 임상시험(참가자 17만 명)을 종합한 2010년 랜싯 메타분석에서는 LDL을 1mmol/L(약 38.7mg/dL) 낮출 때마다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주요 심혈관 사건이 약 22%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계속 다루는 포화지방·트랜스지방·불포화지방의 구분이 바로 이 LDL·HDL 수치를 직접 움직이는 지렛대입니다 — 어떤 지방을 먹느냐가 간이 LDL을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혈중 HDL이 얼마나 되는지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아래 넷으로 나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지방이 몸에 좋은가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견과류, 연어, 올리브 등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품들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품들 — 올리브오일·아보카도·견과류·연어·올리브

    트랜스지방 — 가장 명확하게 피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에 “알려진 건강상 이점이 없다”고 명시하고, 미국심장협회(AHA)는 트랜스지방이 LDL(나쁜 콜레스테롤)을 올리면서 동시에 HDL(좋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사실상 유일한 지방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 FDA는 2015년 부분경화유의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GRAS)” 지위를 아예 박탈했습니다. WHO는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산업적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REPLACE)를 내걸었는데, 목표 자체는 아직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관련 규제를 도입한 국가는 2018년 6개국에서 2023년 53개국으로 늘었고, 그 결과 이런 규제로 보호받는 인구도 전 세계 인구의 6%(5억 명 미만)에서 46%(37억 명)로 늘었습니다. 이 규제들이 연간 약 18만 3천 명의 사망을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응 수준은 결이 다릅니다. 미국은 2006년부터 포장식품 영양성분표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 표시하도록 했고(1회 제공량 기준 0.5g 미만이면 “0g”으로 표시 가능),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2015년 FDA가 부분경화유의 GRAS 지위 자체를 박탈하면서 사실상 “완전 퇴출”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 즉 표시를 넘어 아예 못 쓰게 만드는 단계입니다(2018년 6월부터 부분경화유를 식품에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됐습니다). 한국 식약처도 트랜스지방을 영양성분표시 의무 항목으로 두고 있어 100g(또는 1회 제공량) 기준 0.2g 미만이면 “0”으로, 식용유지류 제품은 100g당 2g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얼마나 들었는지 표시”까지가 의무이고, 미국처럼 부분경화유 자체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는 아직 없습니다. 즉 미국이 “퇴출”을 목표로 움직였다면, 한국은 아직 “표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포화지방 — 상한선은 지키되, 무엇으로 대체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AHA는 하루 열량의 6% 미만(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한 경우 기준), 일반적으로는 10% 미만을 권장합니다. LDL을 올린다는 게 이유입니다. 다만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중요한 단서를 답니다 — 포화지방을 줄인 자리를 불포화지방으로 채우면 심장 건강에 좋지만, 정제 탄수화물로 채우면 LDL은 떨어져도 HDL도 같이 떨어지고 중성지방은 오히려 올라가 “포화지방을 과하게 먹는 것만큼 심장에 나쁠 수 있다”고 말합니다. 2020년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56,000명 이상, 무작위 대조군 연구 15건)도 포화지방을 2년 이상 줄이면 심혈관 “사건” 발생이 17% 줄어드는 걸 확인했지만, 전체 사망률·심혈관 사망률 자체에는 유의미한 차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줄이는 게 도움이 되는 방향인 건 맞지만,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진짜 관건이라는 뜻입니다.

    불포화지방(MUFA·PUFA) — 적극 권장합니다.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바꿨을 때의 이득은 잘 정립돼 있습니다. AHA가 인용하는 메타분석(무작위 대조군 연구 6건)에서는 포화지방을 오메가-6 다중불포화지방으로 바꿨더니 관상동맥질환 발생이 24% 줄었습니다. 흔히 “오메가-6는 염증을 유발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정작 AHA와 하버드가 검토한 연구들에서는 오메가-6 섭취를 늘려도 염증 지표가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습니다 — 통념과 실제 근거가 어긋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메가-3와 오메가-6의 균형 — 비율보다 오메가-3의 절대량이 중요합니다. 현대 서구식 식단은 오메가-6를 오메가-3보다 대략 10~20배 더 많이 먹는다는 추정이 있습니다(연구마다 편차가 커서 범위로만 봐주세요). 일부 연구자는 이 비율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만, 하버드·AHA 쪽 주류 견해는 오메가-6를 줄이기보다 오메가-3(특히 등푸른생선의 EPA·DHA)를 충분히 챙기는 쪽이 더 확실한 근거를 갖췄다고 봅니다.

    올리브오일

    지중해식 식단(식약동원 편에서 다뤘습니다)의 중심에는 늘 올리브오일이 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따로 떼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왜 특별한가

    PREDIMED 연구는 스페인에서 심혈관 위험이 높은 성인 7,447명을 대상으로, 지중해식 식단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주당 약 1리터)을 더한 그룹과 견과류를 더한 그룹, 저지방 식단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평균 4.8년 추적한 결과 올리브오일 그룹은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을 합친 위험이 약 31% 낮았습니다. (2013년 처음 발표된 논문은 일부 연구 현장의 무작위 배정 방식에 문제가 있어 철회됐고, 2018년 재분석을 거쳐 다시 발표됐습니다 — 결론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이런 이력이 있다는 점은 밝혀둡니다.)

    올리브오일 지방의 70~80%는 올레산(오메가-9, 단일불포화지방)입니다. 포화지방 대신 먹으면 LDL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선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삼킬 때 목 뒤가 알싸하게 쏘는 느낌, 그게 올레오칸탈이라는 폴리페놀 때문입니다. 2005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올레오칸탈이 이부프로펜과 똑같은 효소(COX)를 억제한다는 걸 밝혔습니다 — 구조는 전혀 다른 물질인데 작용 방식이 같습니다. 연구진은 하루 50g(큰술 4개 정도)의 올리브오일이 성인 이부프로펜 표준 용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 정도로 당장 두통이 낫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중해식 식단을 오래 유지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낮은 수준의 만성 염증 개선에 조금씩 기여하는 기전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이 외에도 히드록시티로솔·티로솔 같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는데,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올리브오일 폴리페놀이 혈중 지질을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한다”는 공식 건강 클레임을 인정하면서, 올리브오일 20g당 히드록시티로솔과 그 유도체가 5mg 이상이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까지 정해뒀습니다. 문제는 시중에 파는 정제·블렌드 올리브오일 상당수가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올리브오일을 사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고르는 법

    등급부터 확인하세요. 국제올리브위원회(IOC) 기준으로 엑스트라버진(산도 0.8% 이하, 화학처리 없이 기계적으로만 추출, 관능검사에서 결함이 없어야 함)이 최상급입니다. 버진(산도 2% 이하)은 한 단계 아래고, 정제 올리브오일은 산도는 낮지만(0.3% 이하) 정제 과정에서 폴리페놀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퓨어 올리브오일”·“라이트 올리브오일”은 대개 정제유에 소량의 버진오일을 섞어 맛과 색만 살린 제품입니다 — “라이트”는 맛이 순하다는 뜻이지 칼로리가 적다는 뜻이 아닙니다. 흔히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냉압착”의 의미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올리브를 약 27°C를 넘지 않는 온도에서 짜냈다는 뜻인데, 열을 안 쓸수록 열에 약한 폴리페놀과 향미 성분이 덜 파괴됩니다. 다만 냉압착이라고 무조건 고급인 건 아닙니다 — 상한 올리브로 냉압착해도 품질은 떨어집니다.

    산도 수치만 믿지 마세요. 공식 등급은 산도뿐 아니라 맛·향에 결함이 없는지 보는 관능검사를 함께 통과해야 합니다. 산도가 낮아도 관능검사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틈을 타 품질을 속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유통기한보다 수확일자를 보세요. “유통기한(best by)”은 병입일로부터 최대 2년 뒤로 설정할 수 있어서, 안전하다는 뜻이지 아직 신선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면 수확일자는 올리브를 딴 시점 그대로를 보여줘서 진짜 신선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가능하면 수확한 지 1년이 안 된 제품을 고르세요.

    어두운 병이나 캔에 담긴 제품을 고르세요. 빛은 산화를 앞당깁니다. 투명한 병에 담겨 진열대에서 빛을 오래 받은 제품은 그만큼 손상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원산지·단일 농장 여부도 품질과 관련이 있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조언하는데, 이건 엄격한 연구로 확립된 규칙이라기보다는 실전에서 통용되는 경험칙에 가깝습니다.

    맛을 보세요. 진짜 신선한 엑스트라버진은 알싸하고 쌉쌀하며 풀 향이 납니다 — 폴리페놀이 많다는 신호입니다. 밋밋하고 부드럽기만 하다면 오래됐거나, 정제됐거나, 다른 기름이 섞였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가짜·부정 표시 문제도 실재합니다. UC데이비스 올리브센터가 2010~2011년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수입산 엑스트라버진 표시 제품을 조사했더니, 표본의 약 69%가 실제 엑스트라버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산화, 저급 오일과의 혼합, 부실한 가공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수치가 “전 세계 올리브오일의 69%가 가짜”라는 식으로 부풀려 인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당시 특정 표본에 대한 결과입니다. 다만 문제 자체가 실재한다는 신호로는 충분합니다.

    보관은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개봉 후 2~3개월 안에 다 쓰는 걸 목표로 하세요. 발연점은 채소 편에서 다뤘듯 엑스트라버진 기준 약 175~210°C로, 평소 볶음·구이 정도의 조리에는 충분하지만 아주 센 불에는 발연점이 더 높은 아보카도오일 쪽이 낫습니다.

    무엇이 지방의 질을 바꾸는가

    지방도 조리·보관 방식에 따라 상태가 달라집니다.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산화(산패)가 지방을 상하게 만듭니다. 열·빛·산소는 이중결합 부위를 공격해 연쇄적인 산화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알데하이드 같은 물질이 생겨 특유의 쩐 냄새가 납니다. 이중결합이 많을수록 더 잘 상하기 때문에, 오메가-3가 풍부한 기름(아마씨유·생선기름 등)이 가장 취약하고, 그다음이 오메가-6가 많은 일반 식물성유, 단일불포화지방 중심인 올리브유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입니다.
    2. 반복 가열·발연점 초과는 더 나쁩니다. 산화뿐 아니라 지방 분자끼리 뭉쳐 덩어리(중합체)를 만드는 반응까지 함께 일어납니다. 한 실험에서는 대두유를 170°C에서 70시간 가열했더니 트랜스지방이 1.68% 생겼고, 190°C에서는 2.60%까지 늘었습니다 — 산업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불포화지방을 반복해서 세게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이 저절로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건 가정 조리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반복 재사용하는 튀김유 등)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이래서 발연점이 중요합니다 —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발연점(약 175~210°C)은 웍에 기름을 두르고 연기가 날 정도로 센 불에서 볶거나 튀기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온도입니다. 아보카도오일은 비정제 기준 약 250°C, 정제 기준 약 271°C까지 견뎌서, 같은 강도의 조리에서도 발연점을 넘길 여유가 훨씬 큽니다. 다만 “발연점이 낮은 기름이 무조건 트랜스지방을 더 많이 만든다”는 단순 도식은 아닙니다 — 202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로 감자칩·닭너겟·브로콜리를 튀겼을 때, 발연점이 더 높은 카놀라유·포도씨유보다 오히려 트랜스지방 생성량이 더 적었습니다. 올리브오일에 든 폴리페놀(위에서 다룬 올레오칸탈·히드록시티로솔 등)의 항산화 효과가 발연점의 불리함을 상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실전에서는 “발연점 여유가 큰 기름을 센 불에 쓴다”는 원칙이 더 지키기 쉬우므로, 아주 센 불에는 아보카도오일을, 그 외 대부분의 조리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쓰는 원칙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3. 오메가-3 오일은 특히 예민합니다. 아마씨유 같은 오메가-3 중심 기름은 개봉 후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가열 조리에는 쓰지 말고 찬 요리에만 더하는 게 좋습니다.
    4. 보관이 관건입니다. 열·빛을 피해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고, 개봉한 기름은 몇 달 안에 다 쓰는 걸 목표로 하세요. 기름을 어두운 병에 담아 파는 것도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보존 수단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채소 편에서 이미 기름을 아보카도오일(센불)과 올리브오일(그 외 전부) 두 가지로 단순화했다고 했는데, 지방을 이렇게 뜯어보고 나서 몇 가지를 더 다듬었습니다.

    • 올리브오일은 반드시 엑스트라버진, 수확일자가 적힌 제품만 삽니다. 어두운 병에 담긴 제품을 고르고, 개봉 후 2~3개월 안에 다 씁니다.
    • 오메가-3는 따로 챙깁니다. 등푸른생선을 주 2회 이상 먹거나, 아마씨·호두를 곁들입니다. 아마씨유를 쓸 때는 냉장 보관하고 가열하지 않습니다.
    • 포화지방(버터·기름진 고기)은 최소화하되, 그 자리를 정제 탄수화물이 아니라 불포화지방·통곡물로 채웁니다.
    • 트랜스지방은 원천 차단합니다. 가공식품 성분표에서 “부분경화유”라는 단어가 보이면 사지 않습니다.

    실천

    1. 가공식품 성분표에서 “부분경화유”를 확인하고 피하세요. 트랜스지방을 가장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입니다.
    2. 포화지방은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그 자리는 불포화지방으로 채우세요. 정제 탄수화물로 채우면 의미가 없습니다.
    3. 등푸른생선을 주 2회 이상, 또는 아마씨·호두로 오메가-3를 챙기세요. 오메가-6와의 비율보다 오메가-3의 절대량이 중요합니다.
    4. 올리브오일은 엑스트라버진 등급, 수확일자를 확인해서 사세요. 어두운 병에, 개봉 후 2~3개월 안에 다 쓰세요.
    5. 기름은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고, 오메가-3가 풍부한 기름은 냉장 보관하며 가열하지 마세요.

    Takeaway

    • 지방은 이중결합의 유무·개수로 포화지방·불포화지방(단일불포화·다중불포화)·트랜스지방으로 나뉩니다.
    • 트랜스지방은 LDL을 올리면서 HDL을 동시에 낮추는 사실상 유일한 지방으로, 가장 명확하게 피해야 합니다.
    • 포화지방은 상한선(열량의 10% 미만)을 지키되, 그 자리를 정제 탄수화물이 아니라 불포화지방으로 채우는 게 핵심입니다.
    • 오메가-6가 염증을 유발한다는 통념은 최신 근거와 어긋나며, 실제 중요한 건 오메가-3를 충분히 챙기는 것입니다.
    • 올리브오일은 PREDIMED 연구로 뒷받침된 심혈관 이득이 있지만, 그 효과를 보려면 엑스트라버진·수확일자·보관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 지방은 열·빛·산소에 취약하고, 오메가-3가 풍부할수록 더 쉽게 산화됩니다. 보관과 조리 온도 관리가 곧 지방의 질 관리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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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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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목소리로 만든 5분 요약본입니다 · 본문 전체를 그대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두 편에서 탄수화물과 채소를 봤습니다. 이번에는 세 번째 다량영양소, 단백질입니다.

    단백질, 왜 중요한가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연결된 분자입니다. 아미노산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다음 항목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9종을 충분한 비율로 모두 갖춘 단백질을 완전단백질이라 부르고, 하나라도 부족한 걸 불완전단백질이라 부릅니다. 달걀·고기·생선· 유제품·대두(두부)는 완전단백질이고, 곡물(라이신 부족)과 콩류(메티오닌 부족)는 대부분 불완전단백질입니다. 곡물과 콩류를 함께 먹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게 “보완 단백질” 개념인데, 이 원리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하루 권장섭취량은 흔히 체중 1kg당 0.8g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결핍을 막는 최소치일 뿐, 최적의 섭취량은 아닙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나이가 있는 성인이라면 이보다 훨씬 높은 체중 1kg당 1.2~2.0g이 근육량 유지·증가에 더 적합하다는 게 국제스포츠영양학회(ISSN)의 공식 입장입니다.

    최소 유지량(0.8g/kg)과 활동적인 성인 권장 범위(1.2~2.0g/kg)를 함께 보여줍니다.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참고용으로만 보세요.

    숫자로 목표량을 정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실제로 내가 오늘 먹은 음식에 단백질이 몇 그램 들었는지를 알아야 목표에 맞출 수 있습니다. 정확히 계산하는 방법은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우선은 주방용 저울을 하나 장만하시길 권합니다. 처음에는 눈대중으로 양을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몇 주만 재보면 손바닥 크기·한 줌 같은 감각이 붙어서 나중엔 저울 없이도 꽤 정확하게 어림잡을 수 있게 됩니다.

    단백질은 다른 다량영양소보다 포만감을 더 오래 주고, 소화·대사 과정에서 자체 칼로리의 20~30%를 태웁니다(탄수화물은 5~10%, 지방은 0~3%).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단백질 비중이 높으면 덜 배고프고 대사량도 조금 더 쓰는 셈입니다.

    아미노산이란 무엇인가

    단백질을 이해하려면 그 재료인 아미노산부터 봐야 합니다. 아미노산은 가운데 탄소(Cα) 하나에 아미노기(-NH₂), 카르복실기(-COOH), 수소(H), 그리고 곁사슬(R)이라는 네 부분이 붙어 있는 작은 분자입니다. 앞의 세 부분은 모든 아미노산에서 똑같고, 곁사슬(R)만 아미노산마다 달라서 각기 다른 성질을 만듭니다 — 이 곁사슬의 차이가 아미노산 20종을 구분 짓는 유일한 요소입니다.

    H₂N– 아미노기 –COOH 카르복실기 H 수소 R 곁사슬(아미노산마다 다름)

    아미노산 한 개의 카르복실기(-COOH)와 다음 아미노산의 아미노기(-NH₂)가 물 분자 하나를 내놓으며 결합하는 걸 펩타이드 결합이라고 부릅니다. 이 결합이 수십~수천 번 반복돼 사슬을 이루면 그게 곧 단백질입니다. 아미노산이 “글자”라면 단백질은 그 글자들로 쓴 “문장”인 셈이고, 곁사슬(R)의 순서와 조합이 그 단백질의 모양과 기능을 정합니다.

    참고로 최근 화제인 GLP-1 비만·당뇨 치료제(위고비·오젬픽 등)도 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GLP-1은 원래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아미노산 약 30개짜리 짧은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식욕을 줄이지만, DPP-4라는 효소에 금방 분해돼 반감기가 1~2분에 불과합니다.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치료제는 GLP-1을 본떠 만들되 일부 아미노산을 바꾸고 지방산 사슬을 붙여 DPP-4의 분해를 피하도록 설계한 “변형 펩타이드”인데, 그 덕분에 반감기가 며칠 단위로 늘어나 주 1회 주사로도 효과가 유지됩니다.

    사람 몸에서 쓰이는 아미노산은 20종입니다. 이 중 9종은 몸이 스스로 합성하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먹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입니다 (히스티딘·이소류신·류신·라이신·메티오닌·페닐알라닌·트레오닌·트립토판· 발린). 나머지 11종은 몸이 다른 아미노산이나 재료로부터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비필수아미노산입니다. 다만 이 중 일부(아르기닌· 글루타민 등)는 평소엔 충분히 합성되다가도 질병·부상처럼 몸에 큰 부담이 걸리는 상황에서는 필요량을 다 못 채워 음식으로 보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아미노산은 조건부 필수아미노산이라고 따로 부릅니다.

    필수아미노산 9종 중에서도 이소류신·류신·발린 세 가지는 분지사슬아미노산(BCAA, Branched-Chain Amino Acids)이라고 따로 묶어 부릅니다. 곁사슬(R) 구조가 가지처럼 갈라져 있다는 뜻인데, 이 중 류신이 근육 단백질 합성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음 항목에서 다루겠습니다.

    류신이란 무엇인가 — 근육 합성의 스위치

    류신(leucine)은 위에서 본 BCAA 세 종류 중 하나인 필수아미노산입니다. 단순히 몸을 구성하는 재료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근육 세포 안에서 “지금 단백질을 새로 합성하라”는 신호를 켜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정확히는 mTOR(엠토르)라는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를 자극해서, 근육 단백질을 조립하는 기계를 실제로 가동시킵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단백질이라도 류신이 많이 든 쪽(유청 단백질·닭고기·소고기·참치· 달걀·파르메산 치즈 등)이 근육 합성 자극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입니다.

    근육을 만들려면 단백질을 “먹는 양”만큼 “한 끼에 얼마나 몰아 먹는지”도 중요합니다. 근육 단백질 합성을 최대로 자극하려면 한 끼에 류신이 약 2.5~3g(고품질 단백질 기준 약 20~40g) 필요하다는 게 여러 용량-반응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이보다 적게 먹으면 자극이 약하고, 이보다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지도 않습니다 — 스위치는 한번 켜지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역치가 올라갑니다. 젊은 성인은 한 끼 약 20~25g으로 충분하지만, 노년층은 근육이 같은 양의 단백질에 덜 반응하는 “동화 저항성”이 생겨 한 끼 30~40g 정도가 필요하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오히려 단백질을 더, 더 자주 챙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백질원마다 다른 질

    같은 “단백질”이라도 다 같지 않습니다. 소화흡수율과 아미노산 균형을 평가하는 지표로 DIAAS(소화가능 필수아미노산 점수)와 이전에 쓰이던 PDCAAS가 있습니다. 대체로 유청·달걀·소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상위권이고, 식물성 단백질 중에서는 대두(두부)가 예외적으로 동물성에 버금가는 점수를 받습니다. 나머지 곡물·콩류는 한 단계 아래인 경우가 많은데, 특정 아미노산이 부족하거나 소화흡수율이 낮아서입니다.

    100g 기준 단백질 함량(조리 기준, 대략치):

    식품 단백질(g/100g)
    닭가슴살 약 31
    소고기(살코기) 약 31
    연어 약 25
    달걀 약 13(달걀 1개 약 6~7g)
    그릭요거트(무지방) 약 10
    두부(단단한 것) 약 8~17(제품마다 차이 큼)
    렌틸콩 약 9
    병아리콩 약 9
    퀴노아 약 4.4

    식물성 단백질의 강점은 질이 아니라 종류의 폭에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AHA)가 정리한 식물성 단백질원만 해도 콩류·렌틸콩·병아리콩·풋콩(에다마메)·두부·템페 같은 콩 계열부터, 퀴노아·귀리·수수 같은 곡물, 견과류·씨앗류·땅콩버터, 브로콜리· 시금치 같은 채소, 두유·베지 패티까지 폭이 넓습니다.

    콩 및 콩 제품, 곡물 및 씨앗류, 채소 및 가공 채소로 분류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 가이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 가이드 — 콩류·곡물·채소 세 카테고리에 걸쳐 종류가 다양합니다.

    매일 같은 닭가슴살만 먹으면 금방 질리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이렇게 종류가 많아서 그날그날 바꿔가며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게 실질적인 장점입니다.

    붉은고기·가공육은 다릅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가공육(햄·소시지·베이컨 등)을 1군 발암물질로, 붉은고기(소·돼지·양고기)를 2A군(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했습니다. 가공육은 하루 50g씩 먹을 때마다 대장암 위험이 약 18%, 붉은고기는 하루 100g씩 먹을 때마다 약 17% 높아진다는 수치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IARC의 “1군”은 “얼마나 위험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확실한 증거로 뒷받침되는지”를 나타내는 등급입니다. WHO도 “1군에 속한다고 담배·석면처럼 다 똑같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실제로 가공육으로 인한 연간 사망은 전 세계 약 3만 4천 명으로 추정되는데, 흡연(약 100만 명)·음주(약 60만 명)와는 자릿수가 다릅니다. 또한 위에 나온 17~18%는 상대위험 증가율이라, 원래 대장암 발생률 자체가 낮으면 실제(절대) 위험 증가는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과장해서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이 단백질의 흡수를 바꾸는가

    같은 단백질도 어떻게 조리하고 언제 먹는지에 따라 몸이 실제로 쓰는 양이 달라집니다.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적당히 익히면 오히려 흡수가 잘됩니다. 열을 가하면 단백질의 접힌 구조가 풀리면서(변성) 소화효소가 더 쉽게 달라붙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날달걀 단백질의 소화흡수율이 약 51%에 그친 반면, 익힌 달걀은 약 91%까지 올랐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피험자 5명의 소규모 실험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2. 너무 센 불로 조리하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고기를 직화로 굽거나 태우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라는 물질이 생깁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동물실험에서 이 물질들이 DNA를 손상시킨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사람에게 실제로 암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까지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래도 완화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 조리 전 30분 이상 재우기(마리네이드), 직화·탄 부분 피하기, 자주 뒤집기, 굽기 전 전자레인지로 미리 살짝 익혀 직화 시간 줄이기, 그리고 애초에 찜·조림·삶기 같은 습식 조리 비중을 늘리는 것입니다.
    3. 한 끼에 몰아 먹기보다 나눠 먹는 쪽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루 총 단백질량을 아침·점심·저녁에 고르게(끼니당 25~30g) 나눠 먹으면, 저녁에 몰아 먹는 패턴보다 24시간 근육 단백질 합성이 더 활발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표본이 작고(8~24명), 대부분 단기 지표(합성 속도)만 본 연구라 장기적으로 실제 근육량 차이까지 이어지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립니다. 가장 안전한 결론은 “끼니 배분보다 하루 총량을 채우는 게 먼저”이고, 총량을 채운 뒤 여유가 있다면 고르게 나누는 걸 추가 전략으로 보는 정도입니다.
    4. 식물성 단백질은 꼭 같은 끼니에 조합할 필요가 없습니다. “콩과 곡물을 반드시 한 끼에 같이 먹어야 완전한 단백질이 된다”는 말은 1970년대 책에서 나온 조언인데, 정작 그 책의 저자가 1981년 개정판에서 스스로 “지나치게 엄격한 조언이었다”고 정정했습니다. 지금의 영양학은 하루(또는 며칠) 안에 다양한 단백질원을 먹으면 몸이 그때그때 흡수한 아미노산을 모아 쓴다고 봅니다. 콩밥(쌀+콩), 렌틸콩밥(쌀+렌틸콩), 후무스+빵(병아리콩+밀) 같은 조합이 대표적인데, 참고로 두부는 이미 그 자체로 완전단백질이라 굳이 밥과 짝지어 “완성”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 두부밥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조합의 이유가 다른 콩류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신장에 무리가 갈까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신장에 무리가 간다는 말이 오래 돌았습니다. 2018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28개 연구, 1,300명 이상 분석)은 비만·2형당뇨·고혈압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도, 기존에 신장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고단백 식이와 신장 기능 저하를 연결 짓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연구 책임자는 “건강한 사람에게 고단백 식이가 신장병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사실상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미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경우는 다른 얘기입니다 — 이런 경우 단백질 제한이 표준 치료 지침에 여전히 포함돼 있으므로, 신장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원리를 알고 나서 이렇게 조정했습니다.

    • 끼니마다 단백질을 분산합니다. 한 끼에 몰아 먹기보다 아침· 점심·저녁 모두 대략 20~30g씩 채우는 걸 목표로 합니다.
    • 달걀·생선·닭가슴살과 두부·렌틸콩·병아리콩 등의 동물성과 식물성을 섞거나 번갈아 씁니다. 대두(두부)는 이미 완전단백질이라 매일 활용하는 기본 단백질원 중 하나로 둡니다.
    • 붉은고기·가공육은 최소화합니다. 아예 끊기보다는 자주 먹지 않는 쪽으로 줄이고, 가공육은 특히 더 드물게 먹습니다.
    • 조리는 찜·조림·삶기를 기본으로 하고, 구울 때는 마리네이드를 합니다. 직화로 구울 때도 태우지 않고 자주 뒤집으며, 탄 부분은 잘라냅니다.
    • 주방용 저울을 씁니다. 처음엔 매번 재느라 번거로웠지만, 지금은 눈대중만으로도 어지간히 맞아서 저울 없이 먹는 날이 더 많습니다.

    실천

    1. 하루 단백질량을 체중 1kg당 1.2~2.0g 사이로 잡으세요. 위 계산기로 대략의 범위를 먼저 확인하세요. 활동량이 많거나 나이가 있다면 상한 쪽에 가깝게 챙기세요.
    2. 한 끼 20~30g을 목표로 세 끼에 고르게 나누세요. 저녁에만 몰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아침·점심부터 늘려보세요.
    3. 동물성·식물성을 번갈아 쓰세요. 두부·렌틸콩·병아리콩은 식물성 단백질 중에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4. 가공육은 최소로, 직화구이는 마리네이드·저탄화로 관리하세요. 습식 조리(찜·조림·삶기)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5. 주방용 저울을 하나 마련하세요. 처음 몇 주만 재보면 감이 붙어서, 나중엔 저울 없이도 양을 어림잡을 수 있게 됩니다.

    Takeaway

    •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 9종을 얼마나 갖췄는지에 따라 완전·불완전으로 나뉩니다. 대두(두부)는 식물성 중 예외적으로 완전단백질입니다.
    • 기본 권장량(체중 1kg당 0.8g)은 결핍을 막는 최소치이고, 활동적인 성인·노년층은 1.2~2.0g이 더 적합합니다.
    • 근육 합성을 최대로 자극하려면 한 끼에 약 20~40g(류신 약 2.5~3g)이 필요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필요합니다.
    • 가공육(1군 발암물질)·붉은고기(2A군)는 등급이 곧 위험의 크기는 아니지만, 자주 먹지 않는 쪽으로 줄이는 게 합리적입니다.
    • 적당히 익히면 소화흡수율이 오르고, 너무 세게 구우면 HCA·PAH가 생깁니다. 식물성 단백질은 같은 끼니에 조합하지 않아도 됩니다.
    • 건강한 신장을 가진 사람에게 고단백 식이가 해롭다는 근거는 없지만, 신장질환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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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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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목소리로 만든 5분 요약본입니다 · 본문 전체를 그대로 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편(밥, 빵, 면, 떡)에서 “채소를 먼저 먹으라”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채소 자체는 깊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채소를 뜯어보겠습니다.

    채소, 왜 이렇게 강조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10세 이상이면 하루 최소 400g의 채소·과일을 먹으라고 권합니다(2~5세는 250g, 6~9세는 350g). 흔히 말하는 “하루 5접시” 권장량도 이 400g을 80g씩 5번으로 나눈 것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WHO는 식이섬유 하루 25g 이상, 나트륨 2g(소금 5g) 미만, 첨가당 전체 열량의 10% 미만도 함께 권합니다.

    채소가 주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식이섬유 — 수용성 식이섬유는 위·장에서 젤 형태로 변해 소화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줍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녹지 않은 채 그대로 장을 통과하며 배변과 장 건강을 돕습니다.
    • 비타민·미네랄 — 비타민C, 엽산, 비타민K, 비타민A 전구체(카로티노이드), 칼륨, 마그네슘 등입니다. 자세한 성격은 바로 아래에서 다룹니다.
    •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 — 채소 색소에 들어 있는 생리활성물질입니다.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는 다음 항목에서 다룹니다.

    채소가 대체로 저GI인 이유도 결국 식이섬유입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식이섬유나 지방이 많을수록 GI가 낮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수분 함량이 높고 칼로리 밀도가 낮다는 점이 더해져,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작습니다.

    파이토뉴트리언트란 무엇인가

    채소 얘기를 하면 꼭 나오는 단어인데, 정작 무엇인지는 잘 안 짚고 넘어갑니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은 “식물(phyto)”과 “화학물질(chemical)”을 합친 말로, 식물이 자외선·해충·병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들어내는 화학물질 전체를 가리키는 넓은 개념입니다.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는 그중에서도 사람이 먹었을 때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것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두 용어는 실제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섞어 씁니다. 리코펜·베타카로틴·안토시아닌· 글루코시놀레이트 같은 것들이 여기 속합니다.

    비타민·미네랄과 다른 점이 중요합니다. 비타민·미네랄은 부족하면 괴혈병·구루병처럼 이름 붙은 결핍증이 생기고, 그래서 국가가 정한 하루 권장섭취량(RDA)이 있습니다. 파이토뉴트리언트는 다릅니다. 결핍증도 없고 RDA도 없어서 “필수영양소”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지금까지 수천 종이 발견됐고, 채소·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이나 일부 암의 위험이 낮다는 역학 연구 결과가 꾸준히 이 물질들과 연결돼 왔기 때문입니다.

    색깔별 파이토뉴트리언트와 미국인의 색깔별 채소·과일 섭취 부족 비율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색깔별 파이토뉴트리언트와 미국인의 색깔별 섭취 부족 비율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파이토뉴트리언트는 “음식으로” 먹을 때와 “알약으로” 먹을 때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1994년과 1996년에 각각 발표된 대규모 임상시험(ATBC, CARET)에서는 흡연자·석면 노출자에게 베타카로틴을 고용량 보충제로 줬더니, 예상과 반대로 폐암 발생률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이 건강한 것과, 그 안의 특정 성분 하나만 뽑아 고용량으로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래서 파이토뉴트리언트는 보충제가 아니라 채소·과일 자체로 챙기는 게 원칙입니다.

    색깔마다 다른 역할

    식약동원 편에서 “무지개색 재료 중심”으로 먹으라고 추천했는데, 색깔마다 실제로 다른 파이토케미컬이 들어 있습니다.

    색깔 대표 채소 주요 성분 알려진 역할
    빨강 토마토 리코펜, 안토시아닌 항염 지표 개선, 심혈관 지원
    주황·노랑 당근, 단호박 베타카로틴 항산화, 비타민A 전구체
    초록 브로콜리, 잎채소 클로로필, 루테인, 엽산, 글루코시놀레이트(설포라판) 심혈관 지원
    보라·파랑 자색양배추, 가지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 항산화
    흰색·갈색 마늘, 양파, 버섯 퀘르세틴 등 플라보노이드, 알리신 항균·심혈관 지원

    한 가지 색만 먹으면 한 가지 파이토케미컬만 챙기게 됩니다. 목표는 매 끼니 최소 세 가지 색, 가능하면 그보다 더 다양하게입니다. 오늘 식탁에 없는 색부터 채우는 게 가장 쉬운 시작점입니다.

    전분질 채소는 다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채소라고 다 같은 채소가 아닙니다. 감자·고구마·옥수수·완두콩·단호박처럼 전분질 채소는 잎채소· 브로콜리·오이·양배추·버섯 같은 비전분질 채소보다 탄수화물이 훨씬 많습니다. 익힌 기준으로 반 컵당 감자는 탄수화물 약 13g, 브로콜리는 약 6g으로 2~3배 차이가 납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건강한 접시(Healthy Eating Plate)” 모델은 아예 감자·감자튀김을 채소 칸에서 빼버립니다. 혈당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명시합니다.

    감자는 조리법에 따라 GI가 크게 갈리는 대표적인 식품이기도 합니다. 삶으면 품종에 따라 GI 87~101, 구우면(러셋 감자 기준) GI 약 111로 오히려 더 높아지고, 으깬 감자는 80~98입니다. 지난 편에서 다룬 “식힘 효과”가 감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갓 삶은 홍감자는 GI 약 89, 식히면 약 56까지 떨어집니다. 반대로 감자튀김은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소화 가능한 전분 비율이 줄어(88.8% vs 삶은 감자 98.5%) GI가 38~76으로 오히려 삶은 감자보다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 — 물론 그렇다고 튀김이 더 건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난 편에서 다룬 고구마도 삶으면 GI 약 44지만 구우면 훨씬 높아진다고 했는데, 같은 원리입니다.

    참고로 당근은 GI가 높다는 오해가 오래 있었는데, 1981년 발표된 연구(피험자 5명, 방법론 문제 있음)의 수치가 잘못 퍼진 것으로, 이후 제대로 재측정한 결과 GI는 41(저혈당지수)입니다. 냉동 완두콩도 GI 42로 낮은 편입니다.

    수용성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 무엇이 다를까

    앞서 나온 비타민들을 조리법과 연결해 보기 전에, 먼저 이 둘의 차이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 수용성 비타민은 매일 챙겨 먹어야 하고, 지용성 비타민은 얼마나 먹는지 신경 써야 합니다.

    수용성 비타민
    비타민C · B1~B12
    물에 녹습니다 → 몸에 저장되지 않고
    소변으로 빠져나갑니다
    (B12만 예외 — 간에 수년치 저장)

    그래서 매일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많이 먹어도 대부분 그냥 배출됩니다.

    지용성 비타민
    비타민 A · D · E · K
    기름에 녹습니다 → 간과 지방조직에
    쌓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 씁니다

    그래서 매일 안 먹어도 버팁니다.
    대신 지나치게 많이 쌓이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양을 신경 써야 합니다.

    수용성 비타민(비타민C, B1·B2·B3·B5·B6·B7·B9(엽산)·B12)은 물에 녹는 성질이라 몸이 저장해두지 않습니다. 딱 하나 예외가 B12인데, 간에 수년 치를 저장해두기 때문에 결핍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나머지는 오늘 많이 먹어도 내일이면 대부분 소변으로 빠져나가므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채워 넣는 게 중요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과다 섭취를 걱정할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용성 비타민(A·D·E·K)은 기름에 녹는 성질이라 간과 지방조직에 쌓아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 이틀 덜 먹어도 몸에 남아 있는 양으로 버팁니다. 문제는 반대 방향입니다 — 계속 많이 쌓이면 독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정확히 짚을 게 있습니다. 실제 독성 사례는 대부분 고용량 보충제나 동물 간처럼 농축된 형태에서 나옵니다. 채소에 든 베타카로틴(비타민A 전구체)은 몸이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A로 바꾸도록 스스로 조절하기 때문에, 당근·단호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중독되지 않습니다 — 최악의 경우 피부가 살짝 노랗게 되는 카로티노데르마 정도인데, 이마저 무해하고 되돌릴 수 있습니다. 비타민E·K는 아예 음식으로 섭취해 중독됐다는 보고 자체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러니 “채소를 많이 먹어서 지용성 비타민이 쌓일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채소를 조리할 때 흡수를 높이려고 일부러 기름을 더하는 만큼, 그 기름의 종류와 양 정도는 습관으로 관리해두는 게 합리적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 실천에서 다루겠습니다.

    무엇이 채소의 영양을 바꾸는가

    같은 채소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남는 영양소가 달라집니다.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수용성 비타민은 물에 씻겨 나갑니다. 비타민C와 B군(엽산 포함)은 물에 녹기 때문에, 물에 오래 삶을수록 손실이 큽니다. 브로콜리· 시금치·상추를 5분씩 조리한 실험에서 손실률은 찜(약 9~14%), 전자레인지(약 21~28%), 끓는 물에 삶기(약 40~55%) 순으로 늘었습니다. 여러 채소를 비교한 다른 연구에서도 찜·전자레인지가 가장 안전하고, 삶기·튀기기가 손실이 크고 편차도 컸습니다.
    2.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오히려 더 잘 흡수됩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베타카로틴·리코펜 같은 카로티노이드와 비타민E·K는 기름에 녹는 성질이라, 생으로 먹을 때보다 약간의 기름과 함께 익혀 먹을 때 흡수율이 오릅니다. 올리브오일과 함께 조리한 토마토를 먹은 실험에서는 혈중 리코펜 농도가 82% 증가했지만, 기름 없이 조리한 토마토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당근도 생으로 먹기보다 기름과 함께 익혀 먹을 때 베타카로틴 흡수가 늘어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정확한 수치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3. 브로콜리의 설포라판은 살짝 찌는 게 핵심입니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에 원래부터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글루코시놀레이트와 반응해야 만들어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5분 이하로 찌면 이 효소가 가장 잘 보존되는 반면, 끓는 물에 삶거나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려도 효소 대부분이 파괴됩니다. 실제 측정치로는 브로콜리류를 끓는 물에 삶으면 글루코시놀레이트가 85% 넘게 사라지는 반면, 찌거나 살짝 볶으면 절반 정도는 남습니다. 이미 푹 익힌 브로콜리라도 생겨자·무·루꼴라처럼 효소가 살아 있는 재료를 곁들이면 설포라판 생성 반응을 일부 되살릴 수 있습니다.
    4. 전체적으로 보면 찜 ≥ 전자레인지 > 볶음 > 삶기 순입니다. 콜리플라워·당근·고구마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찜과 전자레인지가 비타민C·폴리페놀·항산화력을 가장 잘 지켰고, 삶기가 가장 손실이 컸습니다. 튀김은 직접 비교한 신뢰할 만한 연구를 찾지 못했지만, 고온·장시간 기름 노출을 감안하면 손실이 가장 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원리를 알고 나니 실천도 방향이 잡혔습니다.

    • 매 끼니 최소 세 가지 색의 채소를 올립니다. 무지개색 원칙을 실제 식탁에 옮기는 방법인데, 가능하면 세 가지에 머물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색을 그날그날 채워 넣으려 합니다.
    • 조리법은 생채소(샐러드)와 찜·구이 위주로 합니다. 오래 삶아야 하는 국·찌개보다는 날것으로 먹거나 살짝만 익히는 쪽을 우선합니다.
    • 오일은 딱 두 가지만 씁니다. 센불에서 볶거나 구울 때는 발연점이 높은 아보카도 오일을, 그 외 나머지 조리·무침·드레싱에는 올리브오일을 씁니다. 다른 식용유는 집에 아예 두지 않거나, 향을 위해 아주 적은 양만 씁니다. 위에서 짚었듯 채소만으로 지용성 비타민이 위험 수준까지 쌓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조리에 쓰는 기름의 종류와 양을 단순화해두면 관리가 쉽습니다.
    • 브로콜리·양배추 같은 십자화과는 주 3회 이상, 살짝만 찝니다. 푹 삶지 않습니다.
    • 감자·옥수수 같은 전분질 채소는 밥처럼 다룹니다. 무한정 먹는 “채소”가 아니라 탄수화물 양의 일부로 계산합니다.
    • 채소부터 먹는 순서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지난 편에서 다룬 대로입니다.

    채소를 늘리니 달라진 것

    지난 편에서 CGM으로 채소 먼저 먹기의 효과를 그래프로 확인했다고 했는데, 채소의 양과 다양성을 늘린 뒤로는 그 효과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같은 밥 양을 먹어도 식후 최고 혈당이 예전보다 낮게 나오는 걸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식이섬유 섭취가 늘면서 포만감이 오래가고 배변도 편해졌다는 것도 체감한 변화입니다. (이 부분은 필자 개인의 경험이며, 정량적으로 측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실천

    1. 하루 400g, 색깔은 최소 세 가지 이상. WHO 권장량을 기준으로, 매 끼니 색이 겹치지 않게, 가능하면 더 다양하게 채소를 올리세요.
    2. 생채소·찜·구이 위주로, 오일은 두 가지만. 국·찌개처럼 오래 삶는 조리보다는 샐러드나 살짝 찌는 쪽을 우선하고, 센불에는 아보카도 오일, 그 외에는 올리브오일만 씁니다.
    3. 십자화과는 살짝만 찌세요. 5분 이내가 기준입니다.
    4. 감자·고구마·옥수수는 채소가 아니라 탄수화물로 계산하세요. 지난 편의 저GI 원칙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Takeaway

    • WHO는 하루 최소 400g의 채소·과일을 권합니다. 식이섬유·비타민· 미네랄·파이토뉴트리언트가 채소가 주는 핵심 세 가지입니다.
    • 파이토뉴트리언트는 결핍증도 RDA도 없는 비필수 성분이지만, 수천 종이 만성질환 위험 감소와 연결돼 왔습니다. 다만 고용량 보충제로 만들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게 임상시험(ATBC, CARET)으로 확인된 만큼, 음식으로 챙기는 게 원칙입니다.
    • 수용성 비타민(C, B군)은 저장되지 않아 매일 먹어야 하고, 지용성 비타민(A·D·E·K)은 간·지방조직에 저장됩니다. 다만 채소만으로 지용성 비타민이 위험 수준까지 쌓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실제 독성은 대부분 고용량 보충제에서 비롯됩니다.
    • 색깔마다 다른 파이토케미컬이 들어 있어, 한 가지 색보다는 최소 세 가지, 가능한 한 다양한 색으로 먹는 게 낫습니다.
    • 감자·고구마·옥수수 같은 전분질 채소는 GI가 높고 조리법에 따라 크게 달라져, 채소보다는 탄수화물에 가깝게 다뤄야 합니다.
    • 수용성 비타민은 삶을수록 손실이 크고,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과 함께 조리할 때 흡수가 늘고, 브로콜리의 설포라판은 살짝 찔 때 가장 잘 보존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찜·전자레인지가 가장 안전한 조리법입니다.
    • 채소의 양과 다양성을 늘리면 채소 먼저 먹기의 혈당 개선 효과가 더 뚜렷해집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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