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 운동이 아니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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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들에서 밥을 봤습니다. 이번엔 몸입니다.

왜 운동이 아니라 움직임일까

몸 이야기를 하면서 “운동”이라고 안 쓴 이유가 있습니다. 답은 블루존 (Blue Zone)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에 있습니다.

블루존은 100세 넘게 사는 사람이 유독 많은 몇몇 지역(오키나와, 사르데냐, 니코야 등)을 조사해 공통된 생활 습관 아홉 가지(“Power 9”)를 뽑아낸 결과물입니다. 그중 첫 번째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기(Move Naturally)” 입니다. 이 지역 장수자들은 헬스장에 가거나 마라톤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마당을 가꾸고, 걸어서 이동하고, 계단을 씁니다. 움직임이 일상에 그냥 박혀 있는 겁니다.

이 관찰이 완벽히 증명된 건 아닙니다. 지역과 장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두고는 학계에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 “운동을 찾아서 하는 사람”과 “그냥 몸을 계속 쓰는 사람”은 다른 얘기입니다.

계획보다 원칙

“내일부터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할 거야”라고 마음먹으면 대개 며칠을 못 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보다는 몇 가지 원칙을 이해하고 일상에 끼워 넣는 쪽이 오래갑니다. 오늘은 그 원칙 넷만 가볍게 짚겠습니다.

하나. 가동범위를 넓히자

아침에 일어나서 몸을 스트레칭으로 한 번 열어주는 겁니다. 나이가 들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가동범위)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근육량도 50세를 넘기면 해마다 1~2%씩 줄어듭니다.

가동범위가 줄면 걷고 계단 오르는 일상 동작부터 버거워지고, 균형을 잃고 넘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이건 한 번 시작되면 스스로를 더 안 움직이게 만드는 쪽으로 굴러갑니다 — 덜 움직이니 범위가 더 줄고, 범위가 줄어드니 더 안 움직이게 되는 식입니다. 아침 스트레칭은 이 흐름을 끊는 가장 쉬운 지점입니다.

가장 쉬운 시작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앱스토어에서 “스트레칭”을 검색해 평이 괜찮은 앱 하나를 받아 본인 몸 상태에 맞는 루틴을 따라 하거나, 유튜브에서 “아침 스트레칭 5분” 같은 검색어로 마음에 드는 영상을 찾아 따라 하면 됩니다. 둘 다 아침 5분이면 충분합니다.

둘. 식후 15분 이상 걷기

이건 비만과, 비만에서 비롯되는 당뇨에 특효약에 가깝습니다.

식사 후에는 먹은 음식이 혈당으로 바뀌어 올라갑니다. 이때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그 혈당을 가져다 씁니다(식후 혈당의 70~80%가 근육으로 소비됩니다). 2013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에서는 당뇨병 전 단계 성인들에게 매 식사 후 15분씩 걷게 했더니, 하루 한 번 45분을 몰아 걷는 것보다 식후 혈당 조절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2016년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셋. 스쿼트

앉아서 일하는 환경(sedentary)의 사무직 근로자에게 특히 필요합니다. 스쿼트는 허벅지처럼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을 씁니다. 큰 근육을 움직이면 혈당을 가져다 쓰는 소비처가 늘어나는 셈이라, 오래 앉아 있어 정체된 대사를 짧게라도 깨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이오해킹 서밋에서 여러 연구자의 발표를 듣고 실제로 실천해 보니, 스쿼트는 혼자 따로 노는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걷고 난 뒤에 스쿼트를 몇 개 더하면 나머지 활동의 효과가 붙습니다.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맥의 피를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는 힘은 대부분 종아리·허벅지 근육이 수축하면서 만드는 펌프 작용에서 나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이 펌프가 멈추는 셈인데, 스쿼트로 큰 근육을 짧게라도 수축시키면 이 펌프가 다시 돌아갑니다.

넷. 언덕

언덕을 만나면 반가워하세요. 여러분의 수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2024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이 약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9건을 모아 분석한 결과, 매일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이 24%,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9% 낮았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목표는 하루 6층(약 60계단)입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평지 대신 언덕길 — 짧고 가파른 오르막 하나가 매일 쌓이면 그 자체로 효과가 있습니다.

언덕(오르막)이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심박수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속도로 걸어도 평지와 오르막은 심박수가 확연히 다르게 뜁니다. 그래서 강도를 이야기할 때 언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도를 알아보기 — 심박수 존(Zone)

넷을 실천하다 보면 “그래서 얼마나 힘을 줘야 하나”가 궁금해집니다. 이때 쓰는 게 심박수 존입니다. 최대심박수 대비 몇 %로 뛰고 있는지에 따라 1부터 5까지로 나눕니다.

강도(심박수 예비율 기준) 성격
1 50–60% 회복, 가벼운 활동
2 60–70% 대화 가능한 유산소. 지방을 주 연료로 씀
3 70–80% 유산소 강화
4 80–90% 숨이 차는 무산소 문턱
5 90–100% 전력 질주 수준

장수 관점에서 자주 언급되는 배분은 이렇습니다 — 존2를 일주일에 3~4시간(4회로 나눠서), 존5를 일주일에 1~2회 짧게(각 회당 몇 분의 전력 인터벌). 존2가 기초 체력이라면 존5는 거기에 얹는 스파이크 같은 겁니다.

앞서 본 넷 중 걷기와 언덕(계단)을 이 존에 그대로 대입하면 오늘부터 시작할 만한 크기가 나옵니다.

  • 걷기(존1~2 수준): 매일 15분씩 하루 2~3회. 식후에 걸으면 위에서 본 혈당 효과까지 같이 챙깁니다.
  • 언덕·계단(존3~4까지 올라가는 구간): 일주일에 2~3회, 한 번에 15~20분을 목표로 천천히 시작하세요.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가 목표로 제시한 하루 6층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이뤄진 지형이라, 집 주변에서 언덕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사는 뉴욕은 언덕이 많지 않아서 저는 주로 계단을 이용합니다. 언덕이든 계단이든 원리는 같습니다.

다만 등산은 다릅니다. 충분한 체력과 근육이 갖춰지기 전에는 권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얕은 언덕이나 낮은 계단부터 시작하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아래 계산기에 넣을 안정시 심박수를 재는 법도 쉽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손목이나 목의 맥박을 15초 동안 세고 4를 곱하면 됩니다. 스마트워치가 있으면 자동으로 매일 재줍니다.



Takeaway

  • “운동”보다 “움직임” — 헬스장 시간이 아니라 일상에 박혀 있는 활동이 핵심입니다.
  • 완벽한 계획보다 원칙 넷: 가동범위(아침 스트레칭), 식후 15분 걷기, 스쿼트, 언덕(계단).
  • 심박수 존으로 강도를 확인하고, 걷기는 존1~2, 언덕·계단은 존3~4를 목표로 삼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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