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당뇨를 봤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같은 생활습관이 여러 병으로 갈라져 나온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번엔 만성질환의 또 다른 축인 고혈압을 보겠습니다.
고혈압도 당뇨와 닮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앓고 있는 사람은 매우 많은데,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위험성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고혈압이란 무엇인가
혈압은 심장이 뛸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입니다. 여기에 두 숫자가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Systolic)은 심장이 수축해 피를 동맥으로 밀어낼 때 가해지는 가장 높은 압력이고, 이완기 혈압(Diastolic)은 심장이 늘어나 다음 박동을 준비하는 사이, 동맥벽에 남아 있는 가장 낮은 압력입니다. “120에 80”이라고 할 때 앞이 수축기, 뒤가 이완기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혈압을 다섯 단계로 나눕니다.
| 분류 | 수축기 | 이완기 |
|---|---|---|
| 정상 혈압 | 120mmHg 미만 | 80mmHg 미만 |
| 주의 혈압 | 120~129mmHg | 80mmHg 미만 |
| 고혈압 전단계 | 130~139mmHg | 80~89mmHg |
| 고혈압 1기 | 140~159mmHg | 90~99mmHg |
| 고혈압 2기 | 160mmHg 이상 | 100mmHg 이상 |
“주의 혈압”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항목입니다. 아직 전단계는 아니지만 방치하면 넘어갈 수 있는 집단에게 미리 생활습관 개선을 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130/80mmHg부터 고혈압으로 분류하는데, 대한고혈압학회는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내 성인 약 1,900만 명이 고혈압 환자가 되는 현실을 고려해 140/90mmHg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1차성(본태성) 고혈압입니다. 특정한 원인 질환 없이 유전·노화·비만·식습관·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생깁니다. 나머지 5~10%는 원인이 뚜렷한 2차성 고혈압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쿠싱병·갈색세포종 같은 호르몬 질환이나 신동맥 협착 같은 신장 질환이 원인인 경우입니다. 이 글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1차성 고혈압, 그중에서도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은 부분을 중심으로 씁니다.
고혈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당뇨 편에서 본 흐름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120/80mmHg 미만)
(120~139 / 80~89mmHg)
이 단계에서는 약 없이도 다시 정상 혈압으로 돌아갈 여지가 가장 큽니다.
(1기 140~159/90~99 · 2기 160/100 이상)
약을 줄이거나 끊고도 혈압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오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뇌졸중 · 심근경색 · 만성신장질환 · 망막병증)
여기서도 화살표는 거꾸로 갈 수 있습니다. 전단계에서 체중을 5kg만 줄여도 대부분 혈압이 떨어지고, 저염식·금주·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정상 혈압으로 돌아갈 여지가 가장 큽니다. 이미 약을 먹는 단계에 들어섰더라도 늦은 게 아닙니다. 60세 전후 성인을 6년간 추적한 한 연구에서는 약을 먹지 않은 상태로 42%가 정상 혈압으로 돌아갔고, 이 중 상당수가 여러 해 동안 그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약 하나로 잘 조절되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을 끊어본 연구도 있는데, 초반에는 대부분 정상 혈압을 유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오르는 비율이 늘었습니다. 당뇨의 관해처럼 명확히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방향을 바꿀 여지가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합병증은 왜 생길까요. 높은 압력이 혈관 벽에 계속 가해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집니다(죽상경화). 이게 뇌혈관에서 일어나면 뇌졸중, 심장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 콩팥의 작은 혈관에서 일어나면 만성신장질환, 눈의 망막 혈관에서 일어나면 고혈압성 망막병증으로 이어집니다. 압력을 오래 받은 배관이 어디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왜 위험성을 못 느낄까
대한고혈압학회가 2024년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를 보면, 20세 이상 성인의 약 30%, 대략 1,300만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지율 77%, 치료율 74%, 조절률 59%로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연령대를 나눠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30대의 조절률은 33% 안팎인 반면 65세 이상은 66.5%로 두 배 가까이 차이납니다. 젊을수록 고혈압을 자기 일로 느끼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게 근본 이유입니다. 혈압이 꽤 높아져도 특별한 느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러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처럼 눈에 띄는 사건이 생기고 나서야 “몇 년째 혈압이 높았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밥과의 연결
1편(밥)에서 다룬 나트륨 얘기가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어집니다.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체내 삼투압이 높아지고, 이를 희석하려고 수분이 혈관 안으로 끌려 들어와 혈액량 자체가 늘어납니다. 늘어난 혈액량은 혈관 벽에 더 큰 압력을 가합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으로, WHO 권고량(2,000mg)의 약 1.6배이자 국내 만성질환위험감소섭취량 기준(2,300mg)도 넘습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식이 패턴 중 가장 많이 검증된 게 DASH 식단입니다. 나중에 식단 관련 내용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과일·채소·저지방 유제품을 충분히 먹고 포화지방을 줄이는 방식인데, 1997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원 연구에서는 이 식단만으로 수축기 혈압이 5.5mmHg, 이미 고혈압이 있던 사람들은 11.4mmHg까지 떨어졌습니다. 짠 음식을 줄이는 것과 칼륨(채소·과일에 풍부)을 늘리는 것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국제 코호트 연구(PURE)에서는 나트륨 배출량이 1g 늘어날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2.11mmHg 오르고, 반대로 칼륨 배출량이 1g 늘어날 때마다 1.08mmHg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나트륨은 주로 어디서 올까요. 2025년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가공식품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의 91%를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조미식품·장류·절임류·조림류만으로 74%에 달합니다. 흥미로운 건 외식보다도 집에서 먹는 밥(김치·장류가 들어간 가정식)의 기여도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짜게 먹는 습관은 식당보다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다른 변화들과의 접점
몸(5편) — 유산소 운동은 혈압을 직접 낮춥니다. 72건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안정 시 혈압을 평균 수축기 3.0mmHg, 이완기 2.4mmHg 낮췄고, 이미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그 효과가 수축기 6.9mmHg, 이완기 4.9mmHg까지 커졌습니다. 말초혈관 저항이 줄고 교감신경 활성(노르에피네프린)이 낮아지는 게 기전입니다. 국내 병원들은 대체로 주 5회 이상, 1회 30분 이상의 걷기·조깅 같은 운동을 권합니다 — 5편에서 다룬 식후 걷기가 여기서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잠 —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과 고혈압은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국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전체의 75.6%가 OSA로 진단됐고, 약을 여러 개 써도 잘 안 잡히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는 이 비율이 87.7%까지 올라갔습니다. 자다가 숨이 자주 끊기면 그때마다 몸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를 감지한 자율신경계가 교감신경을 계속 자극하면서 혈압이 오르는 방식입니다.
쉼(직전 편) — 코르티솔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노르에피네프린 등)에 대한 혈관의 반응을 키우고, 혈관을 이완시키는 산화질소 생성은 억제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 혈관이 평소보다 쉽게, 강하게 수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당뇨(직전 편) —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압은 같은 대사증후군 테이블에 자주 함께 앉습니다. 밥·몸·잠·쉼 네 변화가 무너지면 당뇨로도, 고혈압으로도 갈 수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이 네 가지를 잡으면 두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는 셈이 됩니다.
측정
혈압은 병원에서 한 번 재는 것보다 집에서 꾸준히 재는 값이 더 정확합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을 정리한 자료들은 다음과 같이 권합니다.
-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지 않은 채 측정합니다. 위팔을 심장 높이에 두는 게 특히 중요합니다.
- 측정 전 최소 5분은 안정을 취합니다.
- 1~2분 간격으로 두 번 재서 평균을 냅니다.
- 아침엔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뒤, 혈압약을 먹기 전에 한 번, 저녁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번 잽니다.
- 처음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최소 3일, 가능하면 일주일 정도 기록을 모읍니다.
집에서 잰 값의 정상 기준은 병원 기준보다 낮은 135/85mmHg 미만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두 가지 특수한 상황이 생깁니다. 백의 고혈압은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고(진료실 140/90mmHg 이상) 집에서 재면 정상인 경우로, 병원이라는 환경 자체가 주는 긴장 때문에 생깁니다. 반대로 가면 고혈압은 병원에서는 정상인데 집에서 재면 높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각각 인구의 상당수(백의 고혈압 15~30%, 가면 고혈압 9~3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병원 혈압만 보고 진단하면 실제보다 과도하게 약을 쓰거나, 반대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놓칠 수 있습니다.
더 정밀하게 봐야 할 때는 24시간 활동혈압측정(ABPM)을 씁니다. 팔에 작은 기기를 차고 15~30분 간격으로 하루 종일, 자는 동안까지 자동으로 혈압을 잽니다. 정상적으로는 밤에 혈압이 낮에보다 10~20% 떨어지는데, 이 폭이 10% 미만이면(비-디퍼) 심혈관 사건 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정용 혈압계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만 기기가 비싸고 착용 중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불편을 호소), 백의·가면 고혈압을 처음 가려내거나 야간 혈압 패턴을 확인해야 할 때 주로 씁니다.
가정용 혈압계는 큰 비용 부담 없이 살 수 있고, 요즘은 블루투스로 측정값을 스마트폰 앱에 자동 저장해 혈압 추이를 한눈에 보기도 편리해졌습니다. Withings 같은 일부 제조사는 맥파전달속도를 이용해 동맥 경직도(혈관 나이)까지 추정해주는 제품도 내놓고 있어, 관심이 있다면 참고할 만합니다.
당뇨와 고혈압의 원리와 위험성을 이해했다면, 이제 생활습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앞서 예고한 대로, 다음 편부터는 밥을 주제로 증거에 기반한 이야기를 다시 더 깊이 다뤄보겠습니다.
실천
- 나트륨 줄이기. 조미식품·장류·국물 요리부터 줄이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과일 비중을 늘립니다. 밥(1편)에서 다룬 원칙 그대로, 외식보다 집밥의 짠맛부터 점검해볼 만합니다.
- 유산소 운동 주 5회, 1회 30분. 5편에서 다룬 그대로입니다. 혈압 강하 효과는 걷기만으로도 충분히 나타납니다.
- 코골이·무호흡이 심하다면 검사받기. 잠 편에서 다룬 수면 문제가 고혈압과 직접 연결됩니다.
- 집에 혈압계 하나 두기. 1년에 한 번 병원에서만 재기보다, 위에서 소개한 방법대로 아침·저녁 며칠만 재봐도 내 진짜 혈압을 알 수 있습니다.
Takeaway
- 고혈압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정상 범위를 넘어 계속 유지되는 상태입니다. 90% 이상은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1차성이고, 생활습관과 깊이 얽혀 있습니다.
- 정상 → 전단계 → 고혈압 → 경구약 → 병용요법 →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한 방향이 아닙니다. 전단계나 치료 초기에는 생활습관만으로도 되돌아갈 여지가 있습니다.
- 20세 이상 성인의 약 30%가 고혈압이지만, 20~30대의 조절률은 65세 이상의 절반 수준입니다. 증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 나트륨은 대부분 가공식품·조미식품에서 오고, 외식보다 집밥의 기여가 더 큽니다. DASH 식단과 칼륨 섭취가 검증된 대안입니다.
- 몸(운동)·잠(수면무호흡)·쉼(코르티솔)·당뇨(인슐린 저항성) 모두 고혈압과 직접 연결됩니다.
- 병원 혈압만으로는 백의·가면 고혈압을 놓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재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출처
- 혈압수치의 의미와 읽는 법은? — 서울대학교병원 건강TV
- 고혈압(Essential (primary) hypertension)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 세브란스병원
-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2022년) — 약학정보원 Trend Focus
- 고혈압 | 진료안내 | 가정의학과 — 서울아산병원
-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3 — Clinical Hypertension (PMC10905929)
-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시트 2024’ 발표 — 메디트리트저널
- 경고등 켜진 ‘젊은 고혈압’ — 메디칼타임즈
- 뇌졸중 원인 및 예방 — 대한뇌졸중학회
- 고혈압성 신장 질환 — 서울대학교병원
- 고혈압성 망막병증 — MSD 매뉴얼(일반인용)
- A clinical trial of the effects of dietary patterns on blood pressure (DASH) — N Engl J Med 1997
- Effects on blood pressure of reduced dietary sodium and the DASH diet — N Engl J Med 2001
- 저나트륨-고칼륨 식이의 혈압 강하 효과 — 대한의사협회지
- 2025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나트륨·당류) 섭취 실태 분석 — 뉴시스(식약처 자료 인용)
- Exercise and blood pressure — Cornelissen & Fagard, Hypertension 2005
- Obstructive sleep apnea-related hypertension — Hypertension Research 2024
- Clinical Features of Obstructive Sleep Apnea That Determine Its High Prevalence in Resistant Hypertension — Yonsei Med J 2015
- Glucocorticoids and vascular reactivity — Curr Vasc Pharmacol 2004
- 고혈압의 진단 및 치료: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을 기반으로 — 대한신경과학회지
- 2018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Guidelines, part II — Clinical Hypertension
- The 2022 focused update of the 2018 Korean Hypertension Society Guidelines — Clinical Hypertension
- Prevalence of white-coat and masked hypertension in national and international registries — Hypertension Research
- Status of 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 and home blood pressure monitoring — Hypertension Research 2023
- Pulse Wave Velocity: Measurement, Devices, and How to Reduce It — Withings Health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