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 새로운 명품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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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상, 그중에서도 TV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시골’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 중에, 밭에서 막 캐온 신선한 재료로 소박하지만 건강한 한 상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이 있습니까? 저는 있습니다.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시골은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사는 한국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한국의 시골은 어떨까

통계청 「2020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전국 행정리 37,563곳 중 27,609곳(73.5%)에 식료품을 파는 소매점이 아예 없습니다. 가장 심한 전북 정읍시는 마을의 93.3%에 소매점이 없고, 전국적으로 차로 1시간 넘게 가야 장을 볼 수 있는 마을도 14곳이나 됩니다. “달걀 사러 차 타고 1시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73.5%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전국 행정리 비율

93.3%
가장 심한 지자체
(전북 정읍시)

14곳
차량으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

통계청 「2020 농림어업총조사」 기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재인용

「6시 내고향」이 보여주는 훈훈한 한 상 뒤편에, 소매점 하나 없는 마을이 열 곳 중 일곱 곳이 넘는다는 현실이 같이 있습니다. 소매점이 없다는 게 왜 문제가 될까요. 신선식품은 매일, 조금씩 사야 하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장을 보려면 차로 몇십 분에서 한 시간 넘게 나가야 한다면, 매일 사는 대신 갈 때 몰아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장바구니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유통기한이 긴 라면·통조림·가공식품이 자연스럽게 밥상의 중심이 되고, 그 결과가 비만·당뇨 같은 만성질환으로 돌아온다는 게 이후에 볼 미국 식품 사막 정의에도 그대로 나옵니다. 소매점이 없다는 사실 하나가 그냥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무엇을 먹게 되는지를 바꿔 놓는 셈입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게 유독 한국만의 문제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시선을 미국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미국은 흔히 초강대국,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입니다. 이곳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Food Desert(식품 사막)’입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국(ERS)이 예전에 쓰던 정의를 빌리면, 식품 사막은 “저소득 지역이면서 동시에 건강하고 저렴한 식품을 파는 소매점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인구가 상당수 거주하는 인구조사 구역”을 뜻합니다. 신선식품을 파는 가게가 주변에 없어 불량식품에 쉽게 노출되고, 그 결과 비만·당뇨 같은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 쉬운 지역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ERS는 최근 “식품 사막”이라는 표현 대신 “저소득·저접근(LILA, Low-Income and Low-Access) 지역”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표현은 바뀌었지만 현실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ERS 통계를 보면 농촌 지역 인구조사 구역의 15.9%가 이 기준에 해당하는 반면, 도시 지역은 8.2%로 농촌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농촌 지역15.9%
도시 지역8.2%

전체 인구조사 구역 중 저소득·저접근(옛 “식품 사막”) 기준에 해당하는 비율 — USDA ERS, Characteristics and Influential Factors of Food Deserts (ERR-140)

도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럼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서울은 다를까요. 국내 공간분석 연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2.2%가 식품 사막으로 분류됩니다. 주로 은평구·강서구·구로구·서대문구·성북구의 일부 지역이 꼽힙니다. 다만 이 수치는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도가 아니라 학술 연구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라는 점은 밝혀둡니다.

서울시 면적의 약 2.2%가 식품 사막으로 분류됩니다. 은평구·강서구·구로구·서대문구·성북구 일부 지역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숫자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국 73.5%(마을 개수 기준), 미국 15.9%/8.2%(인구조사구역 인구 기준), 서울 2.2%(면적 기준)는 서로 다른 잣대로 잰 숫자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미국보다 다섯 배 심각하다”처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이 세 숫자가 함께 보여주는 건 순위가 아니라, 규모와 무관하게 —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시골이든 서울 한복판이든 — 이 현상이 실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현상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다 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근처에 가게가 없는 사람에게 “더 건강하게 드세요”라고 말하는 건 공허할 수 있습니다. 이건 상당 부분 인프라와 정책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이 글을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네”로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근처에 가게가 없는 게 불리한 조건인 건 분명하지만, 그 불리함이 곧 무력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냉동·통조림 채소는 신선 채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양을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장을 보러 나갈 때 몰아서 사서 소분해 얼려두는 습관,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새벽배송처럼 접근성의 틈을 메우는 수단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곧 다룰 ’무엇을 고를지’의 원칙(무지개색· 최소가공)은 식품 사막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식료품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뜻일 가능성이 큽니다. 식품 사막이라는 문제에서 이미 비켜나 있는 셈이고, 이건 그 자체로 특권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 그 특권을 가지고도 매일 배달 음식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과, 같은 특권을 밥에 시간과 관심을 들이는 데 쓰는 사람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후자가 훨씬 더 풍요로운, 명품에 가까운 식생활을 살게 됩니다.

밥은 새로운 명품입니다

접근성이 있다고 다 잘 먹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명품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명품백은 돈만 있으면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줄을 서든, 카드를 긁든, 그 순간 소유가 완성됩니다. 반면 밥을 잘 먹는 건 돈만으로 안 됩니다. 매일 시간을 내서 장을 보고, 조리하고, 무엇을 먹을지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밥에 들이는 시간과 관심을 명품백 이상의 가치가 있는 투자로 봅니다 — 돈으로 한 번에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희소한 것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소득과 식단의 관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과일·채소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18개국을 비교한 PURE 코호트 연구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과일·채소 섭취량이 늘고, 반대로 소득 대비 과일·채소 가격이 비쌀수록 섭취량이 줄었습니다. 돈이 있으면 신선식품에 더 쉽게 접근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득이 식단의 질을 전부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명품 식단에 꼭 비싼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콩나물·두부·무·배추·제철 나물처럼 오래전부터 우리 밥상에 오르던 재료들은 값이 싸면서도 앞선 편(식약동원)에서 다룬 ‘무지개색’ 원칙에 그대로 들어맞는 영양 밀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사이베리·트러플처럼 비싼 수입 재료가 제철 국산 채소보다 영양학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근거는 딱히 없습니다. 오히려 소득이 늘수록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외식·배달·가공식품에 기대는 경우가 흔해지는데, 그 편리함이 곧 좋은 식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밥이라는 명품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그 시간과 관심을 어떻게 쓰느냐로 완성됩니다. 값비싼 유기농 마켓이나 수입 슈퍼푸드 없이도 동네 시장·마트에서 제철 채소를 골라 무지개색을 채우는 사람이라면, 소득이 훨씬 높지만 매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명품 라이프’를 구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투자를 방해하는 지름길들이 곳곳에 있다는 겁니다. 지금부터 볼 두 가지 — 외식업의 구조와 내 미각 — 은 모두 같은 이유로 방해가 됩니다. 시간과 관심 대신 즉각적인 만족을 파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외식업이라는 함정

우리는 외식의 즐거움을 압니다. 외식은 재료 준비와 조리, 설거지를 위탁하는 행위입니다. 모든 식당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외식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인 ’맛’이 함정일 수 있습니다. 맛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습니다. 외식업은 제로섬 게임(남의 점유율을 뺏어야 내가 사는, 전체 시장 규모가 정해진 게임)의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한국은 한 집 건너 하나씩 식당이나 카페가 있을 정도로 외식업이 성황인 나라입니다. 맛에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말은, 다시 말해 경쟁 식당보다 맛있으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건강한 한 끼’를 표방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족의 생계가 달린 식당 운영은 옆집보다 짜릿한 맛을 위한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짠’이라 부르는 한국식 양념은 10년 전보다 얼마나 더 달고 짜게 진화했을까요. 중독성이라 부를 만큼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거 한 끼 먹는다고 무슨 문제가 돼?” 또는 “먹는 즐거움이 없으면 세상 사는 재미도 없어!”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음식은 즐겁고 행복한 경험입니다. 다만, 즐겁고 행복할 뿐 아니라 건강까지 챙기자는 겁니다.

여기서 부모 세대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지금보다 과학과 기술이 훨씬 덜 발전한 세상에서, 그 시대에 구할 수 있는 최선의 정보와 재료로 우리를 키우셨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와서 인슐린 저항성이나 혈관 부담 같은 문제로 돌아온다 해도, 그건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한계였습니다. 다만 우리가 사는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식품 성분과 대사 과정에 대한 근거가 훨씬 정교해졌고, 그 정보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변화에 적응한다면,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 특히 아이들의 미래를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길든 입맛이 얼마나 조작 가능한 감각인지, 딸기 하나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딸기 하나로 알 수 있는 것

“미국 딸기는 맛이 없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한국 딸기는 달콤합니다. 그런 딸기에 익숙한 한국 사람이 미국에 와서 마트의 잘 익은 딸기를 사 먹어보면, 달콤함은커녕 신맛과 덜 익은 듯한 맛에 실망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왜 한국 딸기처럼 만들지 못하지? 그냥 한국 딸기를 수입해 오면 안 되나?” 싶은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로 당도(Brix)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품종은 설향 10.4Brix, 금실 11.4Brix, 죽향 12.8Brix로 대체로 10~13Brix 수준입니다(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정보누리 자료). 미국 대표 품종은 7~9Brix 수준이라는 자료가 있지만, 이 수치는 공식 통계가 아닌 재배 관련 웹사이트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 참고 정도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딸기 미국 딸기
평균 당도 10~13Brix (높음) 7~9Brix (낮음, 출처 신뢰도 낮음)
맛의 특징 신맛이 적고 과즙·향이 풍부 신맛이 강하고 다소 밍밍함
과육 경도 부드럽고 쉽게 짓무름 단단하고 아삭함

품종 개량 방향의 차이는 실제로 학술적으로도 확인됩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참여한 한 연구는 한국 품종 45종과 미국 품종 7종의 향미 화합물을 비교했는데, 미국 품종에는 복숭아 향을 내는 화합물이 풍부한 반면 대다수 한국 품종은 그 화합물이 부족했고, 한국 육종은 대체로 에스터류(향)를 극대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 육종업계가 맛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보는 건 단순화입니다 — 미국 최대 베리 브랜드 드리스콜스는 “가장 먼저 보는 게 맛”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운송·저장에 유리한 경도를 우선순위에 둔 시기와 품종이 있었던 것이지, 미국 육종 전체가 맛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맛은 사람마다 비슷할 텐데, 한국 딸기를 미국에 수입하면 대박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기엔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단맛 선호가 아래에서 볼 것처럼 고정된 게 아니라 길들여진 감각이라면, 지금 미국인의 입맛 기준으로 “우리 딸기가 더 맛있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당도(Brix) 차이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 차이를 얼마나 부족하게 느끼는지는 제 미각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설탕 같은 단 성분을 끊고 나니, 정확히 그 지점이 바뀌었습니다. 단맛에 길든 혀에서 그 자극을 서서히 줄여나가면 모든 음식의 맛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도 식단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미국 딸기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고, 그 이후엔 오히려 한국 딸기(또는 일본 딸기)가 너무 달게 느껴졌습니다. 딸기 자체의 당도가 변한 게 아니라, 같은 당도를 받아들이는 제 기준선이 낮아진 것입니다.

이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한 무작위대조시험에서는 석 달간 단순당 섭취를 줄인 그룹이, 그대로 유지한 그룹보다 같은 농도의 단맛을 약 40% 더 달게 느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고농도 설탕을 계속 섭취하면 혀의 단맛 감지 세포 반응이 줄어들고, 설탕을 끊으면 몇 주 안에 원래대로 회복된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미각은 고정된 게 아니라, 얼마나 자극에 노출됐는지에 따라 바뀌는 감각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은 설렁탕에 소금이나 후추를 뿌리지 않아도 짜게 느껴질 정도로 미각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조금 더 건강한 방법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먹습니다

지금까지 본 게 ‘내가 무엇에 길들여지는지’(외식업의 단짠, 내 미각)였다면, 이제부터는 ’무엇을 고를지’입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두면, 아래 내용은 접근성이 있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외식은 최대한 자제하면 좋습니다. 배달 음식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이 역시, 외식에 길든 입맛이 집밥의 간을 더 세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건 함정입니다.)

다음은 편의점 음식입니다. 편의점 음식은 소품종의 신선식품(바나나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가공식품 또는 초가공식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편의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장 편리한 형태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가공식품은 원재료의 형태를 유지한 채 가공한 식품으로, 예를 들면 꽁치 통조림 같은 것입니다. 초가공식품은 원재료의 형태가 완전히 사라진 식품으로, 시리얼이나 탄산음료, 즉석면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의 몬테이루 교수 등이 제안한 이 분류(NOVA)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가정 주방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물질(고과당 옥수수시럽, 가수분해 단백질 등)로 재조립하고 여기에 맛·향·색을 인공적으로 더한 식품을 말합니다. 2024년 「BMJ」에 실린 45개 메타분석 종합 리뷰(참가자 약 988만 명)를 보면, 초가공식품 섭취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50% 증가,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 전체 사망률 21% 증가와 연관됩니다. 한국인의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도 1998~2005년 17.4%에서 2016~2019년 26.7%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되도록 피해야 할 식품 형태입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 무겁게 다가오는 문제입니다. 프랑스 성인 약 10만 명을 추적한 NutriNet-Santé 코호트 연구에서는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유방암 위험이 11%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메타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의 연관성이 반복 확인됐습니다. 생식 건강 쪽에서는 아직 근거가 엇갈립니다 — 일부 단면 연구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난임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지만, 같은 자료(NHANES)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유방암 쪽 근거는 비교적 일관되게 쌓이고 있어, 초가공식품을 줄일 이유가 여성에게는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가공식품은 많은 경우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보존성은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나 특히 중요했던 개념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문화적 의미나 산업적 목적으로 계속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하몽처럼 여행 중에 잠시 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찾아 먹을 필요까지는 없는 음식입니다.

여기서 명품 얘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보존성이란 결국 ’내 시간을 아껴주는 기능’입니다. 유통기한이 긴 음식을 고르는 건 오늘의 시간을 아끼는 대신 그 청구서를 미래의 내 몸으로 돌리는 선택입니다. 반대로 오늘 사서 오늘 먹는 신선식품을 고르는 건, 그 청구서를 지금 당장 시간과 수고로 지불하는 선택입니다. 명품백은 사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감가상각), 신선식품에 매일 들이는 이 수고는 정반대로 쌓입니다 —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몇 년 뒤 내 혈관·혈당·체중이라는 형태로 이자가 붙어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건 돈으로 대신 살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부자여도 나 대신 매일 신선한 재료를 씹고 소화해줄 사람을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매일 장을 보고 매일 조리하는 이 번거로움을 가격이 아니라 희소성으로 따지면, 어떤 명품보다도 비싼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실천

접근성이 부족한 분이라면 1번부터, 접근성은 있지만 잘 못 쓰고 있었던 분이라면 2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있는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는 항목들입니다.

  1. 이번 주 식료품점까지 거리 확인해보기, 그리고 냉동·통조림 채소부터 장바구니에 넣어보기. 매일 신선식품을 사기 어렵다면, 오래 보관되는 냉동·통조림 채소로도 상당한 영양을 챙길 수 있습니다.
  2. 외식·배달 횟수 줄이기. 완전히 끊기보다 이번 주 한 끼만 집밥으로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3. 단맛 서서히 줄이기. 커피·음료의 시럽부터 절반으로 줄여 보면, 몇 주 안에 미각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4. 편의점 대신 시장·마트에서 신선식품 사기. 초가공식품보다 원재료 형태가 남아 있는 식품을 우선 고릅니다.

Takeaway

  • 식품 사막은 한국·미국·서울 모두에서 확인되는 현상입니다. 세 나라의 통계는 서로 다른 기준(마을 개수·인구 비율·면적 비율)이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규모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인프라와 정책이 풀어야 할 몫이 크지만, 냉동·통조림 채소나 로컬푸드 직매장처럼 개인이 지금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틈도 있습니다.
  •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식료품 접근성이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자체가 특권이고, 이 특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접근성만 있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풍요로운 식생활을 살 수 있습니다.
  • 접근성이 있어도 잘 먹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외식업은 제로섬 경쟁 속에서 맛(특히 단짠)을 계속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여기 길들여진 입맛이 집밥과 가공식품 선택까지 이어집니다.
  • 미각은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단맛 섭취를 줄이면 몇 주 안에 민감도가 회복되고, 같은 당도의 딸기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 초가공식품은 심혈관질환·당뇨병·사망률 증가와 연관됩니다. 가공식품과 구분해서,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
  • 돈으로 한 번에 살 수 있는 명품백과 달리, 밥에는 매일 시간과 관심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밥에 투자하는 시간이야말로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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